이재용의 삼성전자, 'ARM 매각' 孫 잡을까···인수 시나리오 3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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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10-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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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주주 손정의 방한···빅딜 여부 이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안팎에서 기대하는 대로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을 활용해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ARM 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하는 것이 공식화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대체 무엇일까.

4일 재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손 회장은 일주일 동안 이 부회장 등 한국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ARM 인수 의향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①단독 인수, 자금 마련·반독점 문제 등 과제 산적···리스크 너무 크다

현재 이 부회장이 가장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ARM 지분 전체를 사들이면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단숨에 반도체 팹리스 분야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지분 전부를 인수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우선 자금 마련부터가 간단치 않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현금성 자산(현금과 단기 금융상품)은 124조120억원에 달한다. 단순하게 보면 50조~70조원 수준이 거론되는 ARM 지분을 전부 인수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현금성 자산은 상당수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나 해외 영업법인에 분산돼 있다. 삼성전자 본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6조1833억원에 불과하다. 분산된 현금성 자산을 다시 본사로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단독 인수했을 때 자회사가 되는 ARM이 상당수 고객을 잃을 수 있다. 현재 ARM은 삼성전자 이외에 인텔과 퀄컴 등 다른 반도체 기업과도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 삼성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 자회사가 된 ARM과 거래를 급격히 줄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반독점 문제도 골칫거리다. 실제로 2020년 미국 엔비디아가 ARM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올해 초 각국 규제당국이 반대해 최종 무산됐다. 최근 반도체가 미래 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반도체 기업을 사고파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모로 단독 인수는 리스크가 높아 실현하기가 어려운 방안으로 분석된다.

◆②일부 인수,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과 컨소시엄···삼성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장담 못해

단독 인수가 어렵다면 삼성전자가 ARM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ARM은 삼성전자 이외에도 미국 인텔과 국내 SK하이닉스가 인수 의사를 공식화한 기업이다. 이들 이외에도 애플,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기회가 된다면 인수전 참전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을 인수할 수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자가 많을수록 반독점과 ARM 고객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도 투자금 마련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프리 IPO 참여도 컴소시엄을 통한 지분 일부 인수와 거의 유사한 행보로 분석된다. 주요 주주로 발돋움할 정도로 지분을 확보해 ARM과 연계를 노릴 수 있는 방안이다.

두 방안 모두 단독 인수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리스크가 줄어들어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때는 삼성 경쟁력 강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과 손을 잡는 것이 이들보다 한 발 앞서나갈 기회를 제공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프리 IPO 참여도 삼성 이외에 다른 기업이 참여할 수 있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최악에는 수조 원대 자금을 투자했으나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③인수 없음, 기술적 협력관계만 구축···사실상 리스크 없지만 경쟁사에 뺏길 경우엔 큰 타격

이 같은 리스크를 고려하면 지분 투자 없이 삼성전자와 ARM이 기술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실상 리스크는 거의 없는 데다 삼성전자가 또 다른 M&A나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지분 투자 없는 기술적 협력이 얼마만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지 그야말로 장담할 수 없다. 자칫 이 부회장이 제시한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과감히 투자하지 않았다가 ARM을 다른 경쟁자에게 뺏기기라도 하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에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ARM 같은 매물을 사들일 기회가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재계 관계자는 "단독 인수는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울 것 같고 결국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아예 인수하지 않는 방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양쪽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이 부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쉽게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왼쪽)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앞줄 오른쪽)이 2019년 만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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