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절반 "가업승계 안되면 폐업‧매각"…세제개편안 통과 촉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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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10-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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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상속세율 최고…가업승계 포기하는 기업 늘어

  • 정부, 공제 대상ㆍ한도 늘리고 요건 완화 방안 내놔

  • 세제개편안 국회 통과 난항…"단계적 규제 완화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욕실 부품 제조업체인 와토스코리아의 송공석 대표(70)는 10여 년 전부터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가업 승계 시 상속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50년 동안 기업을 운영해온 덕에 기업상속공제 제도로 500억원의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정작 이 제도에 발목이 잡혀 사업 확장엔 차질을 빚고 있다. 

송 대표는 “기존 주력 제품인 플라스틱 부품에서 세라믹 변기, 수도꼭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으나 제조업 분류상 업종이 바뀌면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려워 포기했다”며 “정부가 최근 업종변경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현실화할지 미지수다. 기업인들은 늙어가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과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제도로 인해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운영해온 가업상속공제는 사전‧사후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이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내놨지만,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백년대계 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는 물론 제도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가업승계 과정의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76.3%) △가업승계 관련 정부정책 부족(28.5%) △후계자에 대한 적절한 경영교육 부재(26.4%) 등을 꼽았다.

실제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둘째로 높고 OECD 평균(26.6%)의 2배에 이른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상속세 부담도 높아지는 탓에 승계 전후에는 사업 확장도 자제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하소연이다.  

가업승계가 어렵다보니 중소기업 대표들은 고령화하고, 결국 기업 매각이나 폐업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업력 30년 이상 기업의 대표자 연령 구성은 60세 이상이 80.9%, 70세 이상은 30.5%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응답 기업 과반수(52.6%)는 가업승계를 하지 않고 기업을 매각 혹은 폐업했거나, 추후 매각 및 폐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가업상속공제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사후 요건에 따르면 상속기업은 고용요건을 매년 80% 이상, 고용인원 및 총급여액은 7년 통산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기업들이 이용을 꺼리자, 정부는 지난 8월 세제 개편안을 통해 제도를 손질했다. 

구체적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연 매출 4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1조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200억~500억원에서 400억~1000억원으로 늘렸다. 사후 요건도 완화해 고용 인원과 총급여, 고용요건을 5년 평균 90% 유지로 조정했다. 업종 변경은 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 등 같은 업종 내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다만 야권에서 세제개편안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서는 대표자 고령화 현상으로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이 한시가 급한 만큼, 개편안 내용을 일부 수정해서라도 조속한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개편안에 대해 야당은 부자감세 혹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업종 변경 제한 폐지 등 비교적 논의하기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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