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거래도 디지털 전환 바람…SAP "고객경험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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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10-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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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베일린 SAP CX 최고매출책임자 [사진=SAP코리아]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맞춤형 개인화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세일즈포스와 어도비에 이어 SAP까지 다국적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일제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이해하고 브랜드와 제품 전반에 걸친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SAP코리아는 6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AP 본사 임원들과 국내 전문가 패널 토론을 통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CX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S/4HANA와 함께 △고객데이터플랫폼(CDP) △커머스클라우드 △이마시스 고객 인게이지먼트 △세일즈클라우드 △서비스클라우드 △고객데이터 등으로 구성된 CX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젠 베일린 SAP CX 최고매출책임자(CRO)는 "기업이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중요해지면서 데이터의 역할이 커머스, 세일즈, 마케팅 등 현업 부서와 관리·지원 부서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올랐다"며 "사람들이 SAP를 ERP 회사로 알고 있지만 우리도 CX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규모의 기업과 고객 간 상호작용 방법을 고민하며 진화 중"이라고 했다.

CX를 강조하는 글로벌 기업은 SAP뿐이 아니다. 세일즈포스는 고객관계관리(CRM)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면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정보보호·데이터보안 분야 규제를 준수하면서 개별적인 고객의 행동과 관심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이들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응답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 CX 전략을 제안한다. 어도비는 디지털 마케팅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을 키우면서 브랜드에 대한 고객 신뢰도에 작용하는 디지털 경험 비중이 물리적 경험 못지않게 커졌음을 지적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CX를 전달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일찍부터 CX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에 나선 기업에 SAP의 제안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경영계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주목받고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의 잠재적 가치를 인식해 본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신기술로 비즈니스에 회복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제대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SAP도 지난 2018년부터 마케팅·커머스·고객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업이 소비자에게 CX를 제공하도록 돕는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국내에선 최근에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경이다.

한국 제조 업종 중심으로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 후 디지털 전환 성과를 거둔 글로벌 사례를 주목하면서 국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원영선 SAP코리아 CX총괄본부장은 "2000년대 초부터 국내에 유행한 고객관계관리(CRM) 도입은 사업부나 팀별 관리 목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제 재고관리부터 주문 추적, 마케팅, 세일즈 등을 통합된 흐름으로 보려는 요구가 있다"며 "글로벌 화학·철강·제약사가 우리와 함께 팬데믹 기간에 디지털 전환을 수행하고 실질적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얻었는데 한국에선 특히 이런 사례 벤치마킹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SAP는 디지털 영역의 고객 접점이 되는 커머스 영역에 모든 업종 기업이 관심을 두도록 당부했다. 발라지 발라서브라마니안 SAP 수석부사장 겸 커머스클라우드 글로벌 총괄은 "SAP는 B2B나 B2C 방식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걸쳐 CX 관점에서 커머스 영역이 중요한 관여 지점(engagement point)이 될 수 있고 이는 자동차나 다른 제조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면서 "우리는 산업 중심 접근법을 통해 기업이 적절한 CX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객 이해, 오케스트레이션, 몰입형 경험 등을 구현하는 단계별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경진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SAP코리아]


다만 고객 접점 데이터를 쌓고 성과지표에 연동하는 것을 CX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날 간담회에 CX 분야 전문가로 참석한 차경진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CX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에 컨설팅을 수행한 사례를 들며 "매장에 키오스크를 들이는 등 고객 접점을 디지털화하고 성과지표를 만들고 보유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감성분석(긍정·부정 평가 점수화) 기준을 만드는 곳도 있었는데 저는 이건 CX가 아니라고 얘기한다"며 "CX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고 이에 대해 남과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기업은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불편이나 어려움을 느끼고 어느 시점에 잠재적 구매 기회가 생길지 알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포함한 많은 데이터를 보고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전자제품 제조 기업들이 스마트TV 같은 제품에 어떤 제원의 카메라를 탑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저는 카메라의 제원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독거 어르신이 지내는 곳에서, 각각의 상황에 어떤 경험을 설계해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CX 관리를 위해 기존 솔루션으로 확보한 데이터에서 출발하기보다 고객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CX를 설계해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차 교수는 "과거부터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썼지만, 고객의 맥락은 시간·장소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업 내에 맥락과 목적 없이 축적된 기존 데이터는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공할 가치부터 우선 설정하고 그에 필요한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연결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그걸 위해 어떻게 고객을 '센싱'할 것인지로 접근하는 맥락 기반 개인화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억눌렸던 생산·소비 활동이 회복하면서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CX 관리 전략을 채택하는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에서 세일즈포스, 어도비, SAP 등이 대기업 수요를 겨냥해 클라우드 기반 고객 데이터 수집·가공과 대형 브랜드의 CX 설계를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IT인프라 구축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는 네이버·NHN·카카오 등이 클라우드 기반 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소비자 접점 디지털화, 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영업·물류 관리 인프라 확충을 촉진하고 있다. 이들의 솔루션이 직접적인 CX 설계와 관리 전략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중견기업에 CX 관리 전략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기반 고객 관리와 성과 분석 등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커머스 기술 인프라가 클라우드 전환 흐름을 타고 디지털 신기술 기반 개인화 마케팅 방법론이 보편화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올 1월 '커머스솔루션마켓' 시범 서비스를 내놓고 온라인 매장 구축 서비스 '스마트스토어' 입점사의 상품 소싱·관리, 주문·결제, 고객관리, 사업관리 등 기술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산업특화 클라우드 전략 일환으로 이커머스 특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사업을 확대해 지난달 29일 중소규모 판매자들이 온라인 판매에 필요한 상품 등록, 수정, 주문, 재고, 배송 현황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 통합 관리 서비스 '마켓팟'을 출시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4월 문구·의류 제품 제작과 판매 사업으로 MZ세대 고객층을 확보한 오롤리데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카카오 i 클라우드' 기반으로 오롤리데이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지원과 라이프스타일 관련 노하우를 활용한 커머스 비즈니스 기회 확대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NHN커머스는 SAP코리아와 손잡고 국내 중견 이커머스 기업을 겨냥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자사몰과 외부몰 등 모든 판매 채널 주문을 자동 취합하고 물류 입출고 관리와 운송장 연동, 제품·고객별 손익 분석 등 SAP ERP와 연동되는 NHN커머스 쇼핑몰 구축 서비스 기능을 확충했고 지난 8월 31일 양사 이커머스 고객 대상 디지털 전환 자문과 기술 지원 등 신사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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