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인사이트] 중국 '3연임' 이슈보다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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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진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
입력 2022-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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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노랫말과 스크린 속 미장센에는 의외로 깊은 뜻이 담긴 경우가 많다.

"언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아버지 말씀대로 농장에 남았어야 했는데···." 

팝의 전설, 엘튼 존이 부른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Goodbye yellow brick road, 1973)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는 '오즈의 마법사'(1900)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배경이 흥미롭다. 1893년 금본위제의 미국에 불황이 닥쳤다.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과 경기침체로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자 금본위제의 대안으로 은본위제가 제기되면서 "금이냐 은이냐"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은 본위주의자였던 작가 프랭크 바움은 이 상황을 동화로 표현했다. 오즈(oz)는 금과 은의 단위인 온스(ounce)의 줄임말이다. 주인공 도로시와 그 일행이 걸어가는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를 상징화했다. 도로시가 신고 있었던 은 구두는 은본위제다. 작품은 마법사(대통령)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불황)를 풀어주는 열쇠는 은 구두에 있다는 은유로 전개된다.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지면서 금본위제가 폐기됐고, 2년 뒤 엘튼 존의 명곡 '노란 벽돌길이여, 안녕(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이 나왔다. 지난 시절 금·은 본위제를 둘러싼 통화논쟁은 지금 '역(逆) 환율 전쟁'과 연결된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 위안화는 어떤 상황인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유명한 '곰돌이 푸(Winnie the Pooh)'는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 복원력(economic resilience)을 담아낸 듯하다. "인생(경제)은 빨리 뛰거나 높이 가는 게(고성장) 아니라 얼마나 잘 튀어 오르느냐(반등·경기침체 회복)가 중요해." 꼬리를 스프링처럼 튕기면서 다니는 호랑이 캐릭터 '티거'가 하는 말이다. 위기 상시화 시대엔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가 고성장을 유지하는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성장동력을 잘 회복해서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2013년 작 한국 영화 '결혼전야'는 사랑·육아·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연인들의 트릴레마(trilemma)를 다뤘다. 세 가지 문제가 서로 영향을 주어 모두를 취하기 어렵고, 어떤 선택을 해도 최소 한 가지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트릴레마를 거시경제 영역으로 가져오면 삼위일체 불가능 이론(Impossible trinity)이 된다. 유럽연합(EU) 단일통화 분석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1999)한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주장한 이론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불문하고 여러 종류의 정책 딜레마를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있다. 세 가지 정책 목표 간에는 상충관계가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모두를 동시에 만족하기 어렵다는 논증이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경제의 두 가지 현안인 환율과 경제성장률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선 자본과 환율, 통화정책의 관계다. 첫 번째 그림은 삼자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1)자유로운 자본이동과 (2)고정 환율제도 (3)독립적인 통화정책은 모두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주요국들과 다른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환율제도는 통화 바스켓에 기반한 관리변동 환율제를 기초로 인민은행이 전일 종가와 통화 바스켓 가중치, 경기 대응 요소를 반영해 매일 아침 매매 중간가를 고시하지만, 사실상의 고정 환율제도를 유지하는 셈이다. (2)와 (3)이 가능하지만,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없다. (1)을 허용할 경우 당장 (2)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미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올해 들어 6.8위안, 7위안, 7.2위안 등 심리적 지지선을 잇달아 돌파했다.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지금 상황은 가치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반전의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 지정학적 긴장 고조, 코로나 방역 통제는 어느 하나만으로도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은 모두가 겹친 설상가상의 상황이니 평가절하를 저지하기는 어렵고 절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차선이다. 다만 위안화가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음은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이 지속적인 대내외 개혁을 통해 내수시장을 키워간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제 금융 허브인 홍콩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자본 유출입이 자유롭고 홍콩 달러는 미 달러에 따라 움직이도록 고정(peg)돼 있어 (1)과 (2)에는 해당한다. 하지만 (3)과는 거리가 멀다. 달러 패권으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도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이룰 수 없다. (1)과 (3)만 가능하다.

다음은 GDP 성장률. 삼위일체 불가능 이론과 곰돌이 푸에 나오는 경제 복원력으로 설명해 보자. 경제성장의 3요소는 순수출-투자-소비인데 이 모두가 좋은 시기는 현실적으로 드물다. 현재 중국의 경우 해외시장의 코로나 특수 효과가 사라지면서 하반기부터 수출이 불안해졌다. 국내에선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으로 소비가 부진하다. 상반기에 상하이를 비롯한 핵심 경제도시의 확산세가 꺾인 후 한동안 잠잠하던 코로나19가 여름 휴가철을 지나면서 전국 각 지역으로 퍼졌다. 주민 이동 제한 조치가 다시 강화됐고 소비 회복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 남은 것은 투자다. 당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신 사회기반시설(SOC) 프로젝트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부분이다. 부동산의 경우 수년에 걸쳐 강화돼온 고강도 규제와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안정화 정책 효과를 낙관하기만은 힘들다.

결국 성장 엔진 세 개 중에서 두 개가 출력이 좋지 않고 나머지 하나도 간단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5.5% 안팎)를 상당 폭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GDP는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연간 총액 개념으로 볼 수도 있고 1인당 금액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전년 대비 혹은 일정 기간의 증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침체 후 반등의 한 지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94조 달러(약 13경원) 규모다. 전년 대비 10조 달러 늘었는데 그 가운데 중국이 3조 328억 달러 증가(3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비중은 20%다. 미래에 인도가 중국을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2021년 한 해 중국의 증가액이 인도의 총액(3조800억 달러)과 맞먹는다. 1년 새 인도만 한 경제가 하나 생긴 셈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또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 동안 중국과 미국의 GDP는 각각 10조1400억 달러, 6조2300억 달러 늘었다. 두 나라가 전 세계 GDP 증가액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0여개 국가는 모두 합쳐도 4조2300억 달러에 그쳤다.

16일 개막하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3연임' 이슈보다는 다른 두 가지 생각이 맴돈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산적한 대내외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까? 미국과 중국이 지금은 공방 속에 경쟁하고 있지만, 결국엔 세계 경제의 두 나라 의존도가 더 커지는 것 아닌가?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필자 주요 이력

▷현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 ▷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객원교수 ▷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 ▷현 한중사회과학학회 부회장 ▷중국 푸단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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