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이지선 교수가 사고와 만남과 헤어짐 후 깨달은 인생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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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11-0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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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지선아 사랑해’로 잘 알려진 이지선 교수. 그는 이제 사고와 헤어지고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삶을 살고 있다. 2003년 출간된 ‘지선아 사랑해’는 40만이 넘는 독자에게 읽혔다. 이지선 교수와 사고와 만남과 헤어짐 후 깨달은 인생의 진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이지선 작가 제공/ 이지선 작가]


Q. 22년 전 이지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아주 어려운 일이 있을거야. 근데 결국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되겠지만 3년 정도 무지 괴로울테니까, 잘 견디렴.
 
Q. 때로는 배려라고 했던 행동이 상처가 될 때도 있었나요?
A. 엄청 많았죠. 처음 보시는 분들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말로 못할 거라고 넘겨짚는 거죠. 편견이나 오해를 가지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제한해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Q. 사고 후 깨달은 삶의 진리는 무엇인가요?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배웠어요. 우리는 당연히 내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 몸에 있는 걸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사실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한순간에 그런 걸 잃어버리기도 하더라고요. ‘당연한 것은 없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것들은 다 선물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쁘고 감사하게 누리려고 하고 있어요.
 
Q. 삶이 선물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할 때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라는 것은 겉으로 봤을 때 별로였던 것도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 예상치 못했던 걸 발견하기도 하고요. 꿈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살면서 생기기도 하잖아요. 그런 불행한 일을 겪고 나가는 중에도 좋은 선물들이 중간중간 있더라고요. 그걸 발견해내면서 살자는 마음이에요.

Q.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지금 어느 지점이라고 생각하세요?
A. 그건 알 수 없어요. 근데 우리는 기대수명에 비슷하게 살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데요. 그걸로 생각해보면 반 조금 지난 것 같아요.
 
Q. 인생을 파노라마라고 했을 때 한 장면만 간직할 수 있다면 뭘 고를 건가요?
A. 식당을 갔는데 사고 몇 년 뒤에 한 꼬마가 저를 보고 너무 놀란 거예요. 저를 보면서 “엄마 괴물이야”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걸 듣고 너무 충격받았어요. 몇 년 뒤에 같은 식당에서 저를 보고 또 다른 꼬마가 자기 친구들을 부르면서 “저기 봐, 이상한 사람이잖아” 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아이들 눈에는 제가 괴물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거잖아요.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의사선생님이 “화상 수술 받아도 사람 꼴 안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근데 ‘아이들 눈에 사람으로 보이는구나’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Q. 우리 사회는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든 사회 같아요.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을까요?
A. 지금의 젊은이들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그 생각이 실패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라는 편견에 가둬두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생각들이 오히려 자신을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그렇다고 해도 자기가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예요. 그 생각을 하고 나면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마음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남들이 보기에 이상해 보이고 허무맹랑해보여도 ”실패하면 어때”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사회가 항상 귀천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더 흔들리게 되는 것 같아요.
A. 이제는 평생 직업이 없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다양한 사회의 모습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되고 편견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 세대에 부러워했던 길이 지금 세대한테는 의미 없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돈은 조금 적게 벌더라도 의미 있는 일에 대해서,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이 아닐지라도 나한테 잘 맞는 직업을 통해 삶에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지금은 교수라고 불리지만 불리고 싶은 호칭이 있나요?
A. 어느새 교수를 한지 6년이 됐어요. 근데 지금은 글 쓰는 게 너무 좋고 글의 힘도 알고 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작가님 소리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직업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점이고 직업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뭐라고 할 거 같나요?
A. 주로 시간을 많이 쓰는 직업은 교수로 연구하는 일인데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고(웃음), 작가로 사는 시간은 괴로움도 있지만 써놓고 나면 너무 뿌듯해서 4,5점이요. 0.5점은 더 잘 써야 되는 부분으로 남겨 놓기 위해서 빼놓으려고요(웃음).
 
Q. 요즘은 경험들을 담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책을 쓰고, 강연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A. 제주도 북토크를 갔는데 어린이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가 제 책을 읽고 낭독하고 이야기 하고 제 책을 읽고 난 후 변화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진짜 책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쓰는 순간은 제 문장이라고 생각하면서 글로 만들어내는데 책이 된 순간, 모두의 문장이 된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때 각자의 삶 안에서 ‘나의 한줄의 문장이 이 사람 삶 안에서 변화가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 때 책 내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Q. 인생이 한권의 책이라고 했을 때 책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뭘로 하고 싶나요?
A. 인생의 첫 문장은 사고를 만난 이야기부터 쓰게 될 것 같고요. 마지막 문장은 “사고와 헤어지면서 참 많은 선물들을 받았구나”로 마무리 할 것 같네요.
 

[사진= 김호이 기자/ 시간영수증]



Q. 스스로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아요.
A. 수술 전까지는 내가 수술을 받으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기대하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술 이후에 그게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에서 자존감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인생의 바닥을 마주했는데 그러면서 주변의 사랑과 목소리를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다시 거울을 보기까지 두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Q. 교수님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이 궁금해요.
A.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여야 돼요. 제가 제 이불 시트를 바꿨어요. 매일 긴 시간 누리는 가장 편안함이거든요. 누웠을 때 소확행이고 주말마다 가족들과 조카들이랑 저녁을 먹어요. 한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 저한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Q.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아픔을 약점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교수님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처음에 TV 출연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걱정했었어요. 길에 나서면 저를 동정하는 시선이 있는데 TV에 출연하면 보는 사람들이 다 그런 반응을 할 거라고 반대를 했었는데 제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TV에 나간 거였거든요. 제가 거울을 보고 저 스스로에 익숙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익숙해졌으면 좋겠고 보고 놀라지 않았으면 하면서 내 인생이 불쌍하지 않다는 걸 이해해줬으면 했어요.

나아가서 여러 이유로 막을 수 없었던 일들 때문에 달라진 외모를 가지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에 대해 이해한 마음을 가지고 “이 사람도 지선씨처럼 그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구나, 삶에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있구나”라는 마음을 가져줬으면 했어요. 상처를 내보일 때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고요. 이것을 이야기하는 목적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고, 그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꺼내놨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를 알고도 나를 대하는 자세가 나빠지지 않을 사람들에게 꺼내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거울을 보면 보이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이만하면 나름대로 꽤 괜찮다고 살고 있어요.
 
Q. 교수님의 꿈은 뭔가요?
A. 작은 일을 하면서 살자. 크고 대단하고 드러나고 사람들이 알아주고 “저 사람이 그 고생을 하더니 이렇게 큰일을 하려고”라는 말을 드는 게 아니라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작은 마음들을 알아주고 보듬고 서로 힘주는 일들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Q.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나요?
A. 이 질문을 사고 직후나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에 들었다면 당연히 돌아간다고 했겠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을 거예요. 근데 동굴과 같은 괴로운 시간들을 버티고 견디는 과정을 지나면서 제 인생에 중요한 것이 뭔지 깨닫게 됐고 작은 것에 큰 힘을 알게 됐고 그러면서 제가 훨씬 더 많은 여러 종류의 행복들을 아주 자주 누리면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행복의 크기로만 비교를 한다면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한데 보이기로는 행복하지 않은 모습일지라도 행복하게 살고 있기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건강해 보이는 몸을 갖기 위해서 내가 가진 선물에 대해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Q. 진로를 바꾸려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교수님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제가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재활상담이라는 것도 공부했어요. 근데 사회복지를 또 했어요. 그게 서른살이었어요. 근데 그때 해도 전혀 늦지 않았었거든요. 스무살부터 사회복지를 하신 분들이 현장에서 사회복지적인 기술을 쌓아 오신 분들과 비교했을 때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 제가 돌고 돌아서 했던 경험들이 절대 쓸모없지 않았어요. 절대 늦지 않았고요. 아무것도 안한 게 아니잖아요.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경험해보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도 쓸모없는 게 없더라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이지선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

 

Q. 학생들에게 우선순위로 두라고 가르치는 것이 있나요?
A.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되고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돼요. 그리고 세상이 다 변해도 변하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잘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해요.
 
Q. 작가로서 이지선, 교수로서 이지선, 사람으로서 이지선, 사고를 만나기 전과 후 이지선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예전이랑 많이 변했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많이 변했을 거예요. 더 많은 행복들을 누리면서 살고 있고요. 교수 이지선은 그렇게 재밌지는 않은 것 같고요. 그렇지만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고 잘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잘 가르치는 교수,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혼자 떠들지 않은 교수가 되려고 배우는 교수이고요. 작가 이지선은 아직도 많이 성장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을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데요. 정말 더 가면 죽을 것 같은 생각, 여기가 끝이고 더는 없고, 끝장났다는 생각하는 순간의 생각들이 지나고 나니까 엄청난 착각이더라고요. 결국 우리가 끝내기 전까지 끝나지 않고 인생에서 불행한 일에도 좋을 걸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 인생이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절망의 순간에 죽을 것 같다고 여겨지는 착각의 소리에 제가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있었는데 더 갔어도 잘 살더라고요. 죽지 않더라고요. 잘 버티고 견뎌서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서로 바라보고 기대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이지선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지선 작가,최지희(촬영)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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