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고객 '100명 중 97명' 신용 600점 이상…저신용자 외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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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11-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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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의 저신용자 외면 현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맞아 최소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신용점수가 600점을 넘지 않으면 대출받기가 어려운 수준까지 전락했다. 대부업체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부적으로 신용점수가 700점~800점 사이인 중신용자를 고객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신용점수가 600점을 넘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내에선 ‘긴급 생활비’조차도 융통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1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개인신용대출 상품 86개 중 82개의 저신용자(600점 미만) 취급 비중이 3%에도 못 미쳤다. 전체 고객 100명이라면, 97명의 신용점수가 600점을 넘는 중신용자였다는 뜻이다. 이 중 600점 미만 취급 비중이 1%에 못 미친 상품도 74개에 달했다. 아예 취급하지 않은 경우도 45개나 있었다. 신용점수 기준을 700점으로 올려잡아도 이하 취급 비중이 10%를 넘기지 못한 상품이 21개나 있었다.
 
고신용자들에게는 일괄적으로 연 10% 이상 고금리를 적용했다. 900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평균 금리가 연 10% 아래인 경우는 단 10개에 그쳤다. 일례로 OSB저축은행 ‘오리치론1’의 경우, 900점 이상 고객 비중이 17.67%에 달할 정도로 많았지만, 평균 금리도 13.53%로 높았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대출 문을 좁힌 건 위험성 관리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예금) 금리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 여신(대출) 금리를 높이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지난해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까지 낮아진 탓이다. 기존에도 저신용자 고금리 대출 비중이 월등히 높았던 업체 입장에선, 한계가 명확한 구조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대출의 질’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더욱 바짝 조이고 있다. SBI저축은행이 취급 중인 ‘퍼스트’ 대출의 경우 700점을 넘는 고객 비중이 98.37%에 달했다. OK저축은행의 ‘라이더론’도 700점 이상이 95.76%로 집계됐다. 나머지 상품들 역시 700점 이상 비중이 대부분 80%를 넘겼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저신용자’들이다. 저축은행에서 수용하지 못한 고객들을 제3금융권인 대부업계에서 일정 부분 흡수해줘야 하는데, 최근에는 시장 자체가 멈춰선 상태다. 이 역시도 최근 10% 근접 수준까지 뛴 조달금리가 발목을 잡았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수요는 씨가 말랐고, 사실상 2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한 대부업체 대표는 “현재 대부업 업황은 고객이 원금과 이자 모두 연체 없이 정상 상환해야만, 최소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규 대출 취급의 경우) 조달금리에 대한 부담이 저축은행들보다도 커 더욱 보수적인 태도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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