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중간선거 이후 대미 통상의 핵심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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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11-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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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11월 8일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여 오랜만에 공화, 민주 양당이 의회 권력을 나눠 갖게 되었다. 4년 만에 어렵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으로서는 2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시작되는 임기 2년의 하원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관심은 당연히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공화당이 하원을 주도한다고 해도 대외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고 기존 흐름을 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있고, 대중 견제에 관한 한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첨단기술 이전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통제와 투자심사가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강화되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의회 역시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강공책에는 공화, 민주 모두가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었다고 해서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전망이다.

다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은 안일한 시각이다. 공화당이 하원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의회주의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의 요구를 무조건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공화당과의 어느 정도 타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 분열된 미국민의 표심을 고려한다면 공화당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 독주를 하기에는 재선을 염두에 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에 공화당의 입김이 녹아 들어갈 부분이 어디인지를 앞서 예상해 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준비하는 것이 향후 우리나라 대미통상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공화당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기업과 중남부 농업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자유무역과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것이 공화당의 기본 철학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친기업적 성향은 공화당의 법인세 인하 주장으로 이어지며, 작은 정부는 국방비 이외 인위적인 정부의 개입에 반대하고 재정지출 확대에 부정적 시각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향후 마국의 대외정책에서 공화당의 반대가 집중될 분야는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과 관련된 에너지 정책이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가장 큰 정책 차이를 보였던 분야이기도 하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감안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원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따른 부담 증가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물론 지구적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포함하고 있는 관련 정책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주도 하원에서는 규모의 변화나 집행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중 견제 정책이 강화될 수는 있지만 동시에 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할 수 있는 융통성이 주어질 여지도 있다. 향후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 공세는 공화당 주도의 하원에서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의 특성상 대중 공세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도 없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더라도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기업 입장을 감안해 사안별 예외와 유예 등이 동반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과한 대중국 관세부과나 수출통제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의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한 이행과정에서 다양한 예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가 적극 활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 외도 농촌지역을 지지기반으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특성상 미 농산물 수출을 위한 다양한 압박이 가해져 노동자 중심의 바이든 통상정책에 시장접근 이슈가 부분적으로 가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전통적인 무역의제를 강조하고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많은 공화당원의 하원 입성을 감안해 볼 때 미국의 해외 수출시장 확대 노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리의 대비가 필요하다.
 
공화당이 하원을 석권한 1990년대 이후 공화당 하원의장은 공화당 의원 과반수의 지지가 없으면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소위 ‘해스터트 규칙(Hastert rule)’이란 비공식원칙을 준수해 왔다. 내년에 새 의회가 열리면 이 비공식원칙이 다시 사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소수의 공화당 의원을 설득해 민주당 주도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킬 가능성도 대폭 줄어든다. 향후 우리의 대미 통상에 있어서 공화당과의 접촉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내 현지 싱크탱크의 활용을 늘리는 한편 미국 내 공화당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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