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큰 방향 잡은 한국 외교…그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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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입력 2022-11-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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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한국 현 정부의 대외정책 좌표가 다자외교 무대를 통해 공식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11일부터 아세안 관련 정상회담에 참여하고, 15-16일에는 G20 정상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안전 문제와 미래 발전에 관한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였다. 외교의 속성상 우리가 원칙을 제시하고 방향을 설정했다고 모두 우리 입장에 완전히 동조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입장을 다양한 경로로 알렸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선 아세안 정상회담 무대에서는 이른바‘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했다.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구현을 목표로 ‘포용, 신뢰, 호혜’의 3대 원칙을 기반으로 협력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전 정부 때도 있었던 아세안 지역 중시 정책을 다시 강조함으로써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 정립과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경제 중심으로 인식했던 아세안 정책을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하여 정치·군사·안보, 경제 안보,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해 간다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하는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을 발표하고 아세안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자는 공식 제안도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미국의 대중 압박 연대 이미지가 큰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용어 자체를 그대로 사용한 점은 대중 외교에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미·중 갈등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을 강조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아세안 관점’(AOIP)을 채택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고심을 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중국은 당연히 이를 한국의 과도한 대미 경사로 우려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대외정책의 큰 방향이 설정됐음을 적어도 아세안 지역에 알림으로써 대외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한 부분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한국 지도자의 최대 난제는 점증하는 북핵 위협을 여하히 극복할 것인가에 있다. 이미 북한은 국제 사회를 정면으로 비웃으며 어떤 제제도 받고 있지 않다. 이 틈을 타 화성 17호 같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핵 능력의 완성도를 자랑하면서 이제 7차 핵실험 일자를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이 최초로 3국 간 포괄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미일 파트너십 관련 프놈펜 성명’은 5년 만에 채택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으로서 협력 확대를 위한 최고위급 의지가 반영돼 있으며 3국 협력의 가장 중요한 분야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북 공조다.

이를 위해 미국은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공약과 3국이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이 자국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 유명무실해진 유엔 안보리 제재나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마냥 기대하기보다는 실질적 차원의 안보 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시도다. 이는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여 확장억제를 강화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강조됐다. 또한 한국 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한국의 우려를 전달한 점도 성과다. 다만 확장억제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한·미·일 공조에 관한 중국의 우려를 여하히 불식시킬 것인가도 숙제다.

또한 일본의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양 정상은 한·일관계를 비롯하여 북한 문제, 주요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각은 한·미·일 3각 공조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 관계 조정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종용해 이루어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한·일 관계는 그 이상의 관계임을 부정할 수 없다.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나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분명한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교섭에 강한 추진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 개최도 매우 중요했다. 성사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한 양국 정부는 결국 ‘상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비록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중국공산당 20차 대표대회를 통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의견을 교환하면서 중국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한국의 대미 경사에 계속 우려를 표명했고, 미국 주도의 칩(Chip)4 반도체 협의체.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의 한국 참여에 경계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까지 제시되자 중국은 이를 분명한 대미 경사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핵심 이익(核心利益)을 강조하면서 사드 배치는 안전(安全) 이익 침해로, IPEF와 CHIP4는 발전(發展) 이익 침해, 그리고 대만 문제나 인권 문제와 관련된 주권 이익 침해를 강조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그토록 강조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 기대에는 동문서답이었고, 한국 안보에 대한 이해는 접어둔 채 여전히 북한의 안보 우려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였다. 또 이러한 사실 자체도 정상회담 발표문에서 제외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오히려 한국의 최대 위협인 북핵 문제보다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나서 미국 중심의 소집단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그나마 고위급 교류의 활성화나 인문 교류의 지속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일방적일 수 없으며, 가시적 성과를 즉각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특히 새로 구성될 중국 강성 외교 라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한 국가의 외교 방침 설정과 실천에는 지난한 노력이 동반돼야 함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선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 입장을 관철하면서 이를 실질화하는 구체적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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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에 짱깨교수가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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