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Permacrisis' ..영구적 위기는 없다…새 먹거리 미리 준비하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위원
입력 2022-12-02 13:5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홍준표 수석위원]


많은 직장인들, 그중에서도 필자처럼 50세 근처 연령대는 10월 이후가 힘들다. 인사(人事) 시즌이 다가오면서 진급을 노렸지만 아쉽게 내년을 기다려야 하는 분들도 계시고,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어 자리를 나가야하지나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연말 시즌을 보내면서 올해는 참 힘드네...라고 푸념을 털어놓는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항상 그런다라고 말하고, 나는 ‘아니, 올해는 진짜 힘들다’라고 하면, 아내는 ‘작년에도 똑같은 말 했었다’라고 하면서 힘내라고 응원한다.

힘든 사정이 비단 개인들뿐일까. 한국 경제도 참 힘들다. 항상 힘들었다. 올해도 역시 힘들었다. 올해는 이상하게 경제가 진짜 더 힘든 것 같았다. 오죽하면 항상 위기라는 뜻의 ‘Permacrisis’라는 단어가 ‘올해의 낱말’로 꼽혔단다. 영어인 Permacrisis는 permanent(항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로서, 사전적인 의미는 ‘긴 기간 지속되는 불안과 불안정’을 의미한다. 이런 뜻은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한 현재 전 세계의 경제 위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항상 위기’인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0.3%를 기록하여 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치인 0.4%를 밑도는 성적을 거두었다. 연간으로 보아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OECD 평균치를 하회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전망기관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 중후반대이고(한국개발연구원 1.8%, 한국은행 1.7%), 정부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정부의 전망치는 다른 기관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게 발표되는데, 이는 성장률 ‘달성’이라는 정책적 의지를 담아낸 목표치의 뉘앙스가 다분하다. 그런 정부조차도 1%대 성장률 전망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나타낸다. 보통 경기 침체를 방어하려고 한다면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겠지만, 가뜩이나 정부채무 규모가 최근 3~4년간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재정지출을 마냥 늘릴 수만도 없게 되었다.

경기 흐름 측면에서 부양을 위해 수행했던 정책효과의 부작용이 점점 더 짙어질 것이다. 그리고 팬데믹 충격은 완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충격에서 벗어나는 리오프닝 효과(기저효과에 의한 경기 반등) 역시 시간이 갈수록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올해 나타났던 경기 부양에 기여하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글로벌 긴축 과정에서 나타난 고물가와 고금리의 누적 효과가 내년에는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이 유지되어도 걱정이고, 아니면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올해보다 완화적인 방향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걱정일 것이다. 물가가 높다면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소비주체들의 장기적 소비 경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고물가는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서, 고금리로 인한 채무상환부담 가중이 심해져 소비나 투자 위축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반대로 향후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물가수준 하락으로 형성된다면, 현재의 소비를 미래 하는 것으로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이대로 어두운 경기 불황의 터널 안에서 답답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가. 불황을 끝내고 반등을 이끌 견인차는 무엇일까. 가계 구매력 둔화 이슈는 골이 깊게 진행되고 있으며 높은 물가로 인해 실질소득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면, 경제 위기 해법의 고리는 민간부문의 투자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높은 이자와 위축되는 투자심리가 부담 요소가 되겠지만, 통상 2년정도의 사이클로 설비투자가 둔화-회복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투자의 반등에 경기 회복세 전환 기대를 걸어도 되겠다. 설비투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그 뒤를 이어 약 2분기 후부터는 국내 수출도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중반 이후에는 수출의 경기순환적 증가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순환적 회복세가 기대되는 점을 활용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민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비교적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은 재정 활용이다. 그것도 선별적인 활용이 필요하겠다. 실현 가능성은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겠지만,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한 분야는 공급망 및 생산체계 안정화일 것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보, 소비 및 투자 진작 방안 등 위기 대응에 집중된 재정지출 방향성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하여 경기 활성화를 넘어 신산업 부문 투자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로의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공급망 안정화 분야는 산업과 외교, 통상 등 전 국가적인 관점에서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이다. 변화하는 국제교역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원자재 수급 안정을 꾀하고 국내 기업들의 신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항상 어렵다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 미래 비전을 세우고 기회를 포착하여 투자를 하는 것만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반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준비된 이에게 위기(危機)는 스쳐 지나가고 기회(機會)가 남아 밝은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