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베트남 주석 전격 사임…진단키트 스캔들에 사정 드라이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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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3-01-1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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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쑤언푹 전 베트남 국가주석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전격 사임했다. 이른바 코로나19 진단키트 스캔들과 베트남의 강력한 사정 정국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베트남플러스,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 매체들은 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제13차 당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어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의 주석직과 정치국원직 사임안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당 중앙위원회는 응우옌쑤언푹 동지의 직책 중단, 사임 및 은퇴 희망에 대해 심의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 주석 사임 이후에는 규정된 절차를 통해 직책 승계가 이뤄지도록 관련 기관과 정치국 일정을 지정했다고 했다. 당 중앙위원회는 성명에서 "푹 주석은 당과 인민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맡겨진 직책을 사임하고 은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푹 주석은 대규모 부패스캔들과 관련된 가운데 그동안 당과 인민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면서 자신이 맡은 직위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정계를 은퇴하는 방향을 고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푹 주석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일부 수하 관리들의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고 VN익스프레스는 보도했다. 지난달 말에도 보건 등을 담당한 부득담 부총리와 외교 담당 팜빈민 부총리가 코로나19 기간 벌어진 ‘코로나19 진단키트비리’, ‘해외베트남인 입국절차 폭리’ 등 각종 스캔들에 연루돼 사임한 바 있다. 

최근 연이은 베트남 고위 관리들의 사임에는 이른바 코로나19 진단키트 스캔들로 알려진 '비엣아(Viet A) 스캔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베트남 의료기기업체 비엣아가 팬데믹 기간 중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자가 진단 키트를 베트남 자체 개발 키트로 선전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승인까지 받았다고 선전하며 거액의 폭리를 챙긴 사건이다.

하지만 이후 해당 사실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보건부 장관, 하노이 시장을 비롯해 스캔들에 연루된 여러 고위 관리들이 낙마했고 결국 부총리를 거쳐 국가주석 사임에까지 이른 것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푹 주석의 부인 역시 비엣아 스캔들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것을 거론하며 해당 내용이 주석 사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베트남의 사정 드라이브 
현재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베트남 당 총서기는 지난 2021년에 전례를 깨고 3연임을 확정지은 이후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진행해왔다.

반부패 정책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거센 사정 드라이브하에서 2022년에 한 해에만 여러 고위 관료를 비롯해 5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부패, 뇌물 수수 등의 이유로 입건됐다. 더욱이 사정 드라이브의 범위가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까지 확대된 가운데 닛케이아시아는 올해 베트남 증시의 급락에는 글로벌 증시 전반의 하락뿐 아니라 이 같은 사정 정국 여파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초 이후 현재까지 2년간 약 70명의 고위 관료들이 낙마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엣아 스캔들'은 응우옌푸쫑 당 총 서기의 사정 드라이브의 좋은 먹잇감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베트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을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흔치 않다"며 "이틀 전부터 반 베트남 유튜버들로부터 (주석) 사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푹 주석의 부인에 대한 (진단키트 스캔들 연루) 소문이 오래됐는데, 그것이 빌미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반부패 캠페인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반부패 위원회가 조직돼 모든 도시와 지방에서 운영되고 있고, 국가 운영 위원회는 2030년까지 반부패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로 69세인 푹 주석은 베트남 통일 이후 제7대 총리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베트남 행정부를 이끌어 온 바 있다. 그는 베트남 남중부 꽝남성 출신으로 지역 인민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총리실 장관, 부총리, 총리직을 거쳐 지난 2021년 국가주석직에 올랐다. 

한편 푹 주석의 사임 소식은 현재 김진표 국회의장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현지 국내 기업 및 협력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것이어서 일각에서는 김 국회의장의 방문 의미가 다소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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