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리포트] 범용인공지능 시대 아직 멀었지만…'제한적 AI'가 이미 바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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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3-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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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서비스 인기에 AI 기술 파급력 재조명돼

  • 현존 모든 AI는 특정 작업 수행하는 '제한적 AI'

  • 금융, 운송, 소매, 의료 등 여러 업종에 AI 도입

  • 가상비서, 서제스트, 이미지·문자 인식 등 발전

  • 초거대 모델이 제한적 AI 고도화…혁신 앞당겨

[사진=픽사베이]

사람처럼 말하고 글을 쓸 줄 아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가 등장한 이후 다양한 AI 기술과 응용 서비스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직 컴퓨터가 인간처럼 추론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하진 않았지만, 이제까지 개발된 ‘제한적 인공지능(ANI)’이 충분히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연어 처리(NLP)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를 바탕으로 ‘앞에 있는 단어 뒤에 이어질 적절한 단어를 추론’하는 특정 작업을 잘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이 챗GPT다. 일부 전문가는 챗GPT 기반 기술을 AGI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여전히 ANI에 해당한다. ANI는 인간과 같은 지능을 컴퓨터에 부여하기 위한 AGI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사기를 탐지하고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는 데, 의료 분야에서는 의료 이미지를 분석하고 질병 진단을 지원하는 데 ANI가 활용되고 있다. 운송 분야에서는 경로를 최적화하고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소매업에서는 재고 관리와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ANI가 쓰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챗봇 형태의 ‘생성(generative) AI’ 서비스 챗GPT로 인해 IT업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일상 생활을 둘러싼 여러 AI 서비스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ANI에 해당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획기적인 결과물을 보여 준다.

특히 △AI 기반 개인 비서(Personal Assistant) △추천(suggest)·검색(search)을 결합한 서제스트(Seargest) AI △사진·음성·영상에서 사물과 장면과 의미를 인식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이미지·음성 인식 △문서나 사물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인식해 데이터를 추출하는 광학문자인식(OCR) △금융 분야에 널리 활용되는 사기 탐지(fraud detection) △챗GPT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쓰여 온 챗봇 등이 일상을 바꾼 AI 서비스와 주요 기술로 눈길을 끈다.

AI 기반 개인 비서는 애플 시리(Siri), 아마존 알렉사(Alexa),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예로 들 수 있다. AI 비서는 자연어를 이해하고 음성을 인식해 사용자의 일상 업무를 돕고 질문에 답한다.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설정하고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가정용 AI 스피커에 연결된 스마트 가전 기기를 제어하는 등 기능을 수행한다.

서제스트 AI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쇼핑몰 등 콘텐츠·커머스 플랫폼에 보편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사용자에게 콘텐츠와 상품을 추천해 클릭과 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에게 취향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소개하고 그와 관계를 맺기에 적합한 다른 친구나 모임을 선별해 주기도 한다. 유해한 콘텐츠를 탐지해 검색 결과에서 제거하는 데도 쓰인다. SNS의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 행동과 선호, 감정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해 추천·검색 품질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ANI 가운데 이미지·음성 인식 기술은 음성 비서뿐 아니라 기업의 보안 시스템, 자율 주행 자동차, 제조 공장의 불량 탐지 시스템 등에 활용된다. 이 기술은 사진과 동영상에서 사물, 사람의 얼굴, 장면과 상황을 인식하는 데 사용된다. 음성 인식 기술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데 쓰인다면, 그 반대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음성 합성’ 기술, 텍스트와 악보 데이터를 노래하는 음성으로 변환하는 ‘가창 합성’ 기술도 있다. 음성 합성과 가창 합성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상 인간’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 AI 기술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OCR도 ANI 분야 주요 기술이다. OCR 기술을 사용하면 기계가 텍스트 이미지를 스캔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책, 신문, 기타 인쇄물을 디지털화하는 데 쓸 수 있다. 이는 아날로그 매체에 기록한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서 더 쉽게 저장, 검색,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은행·보험 업계에서는 영수증과 기타 문서 처리에 OCR을 사용한다.

보험·신용카드 등 금융 업종에서 폭넓게 활용하는 또 다른 ANI 기술이 사기 탐지 시스템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거래 이력과 접속 흔적을 바탕으로 사용자 행동 패턴과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정상 거래인지 비정상 거래인지를 판정한다. 이는 보험사에서 허위 보험금 청구를 식별하거나 허위 세금 신고를 감지하는 등 업무에 쓸 수 있고, 카드사에서 분실·도난 카드나 위조·도용된 카드 사용인지 판정할 때도 쓰인다.

챗GPT 등장 이전에도 챗봇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ANI 분야 서비스로 알려져 있었다. 많은 기업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사용자 문의나 사후지원 업무 요청 시 응대 대기 시간을 줄이고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챗봇은 단순 고객 문의를 직접 답변하거나 인간 상담사에게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전달하고 실제 인간 상담사와 고객의 응대 약속을 잡는 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AN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AGI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목격한 많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ANI 시스템은 인간 지능의 전유물로 여겨 온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그 효율성과 정확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스테이지는 OCR에 대해 1914년 이스라엘 발명가 엠마누엘 골드버그가 전신 코드를 판독하는 기계를 발명해 최초의 OCR를 구현한 이래로 한 세기 넘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로 오늘날 금융, 소매, 의료 등 여러 업종에서 중요한 ANI 기술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한화생명 등 금융권 고객사에 OCR 기술 도입을 지원하면서 국내 산업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업스테이지에 따르면 OCR가 발명된 이래로 이미지 획득, 전처리, 텍스트 인식, 후처리 등 네 단계를 수행한다는 원리 자체는 한 세기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성능 발전으로 AI를 통합하면서 OCR 기술은 더 효율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게 됐다. PDF 파일과 영수증, 손으로 쓴 문서의 텍스트를 인식하고 내용에 따라 여러 유형의 문서를 분류하는 방식과 더 정확도 높은 인식률을 보여 준다.

서제스트 AI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기점으로 사용자가 급증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콘텐츠·이커머스 서비스 기업의 매출 성장 견인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AI 검색 기술은 NLP 기반으로 복잡하고 모호한 키워드에 최적 결과를 도출한다”며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은 이를 활용해 지속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1위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사 플랫폼에서 발전시킨 AI 기술로 기업용 지능형 검색 서비스 ‘아마존 켄드라’와 개인화 추천 기술 ‘아마존 퍼스널라이즈’를 출시했다. 이는 직접 AI를 개발해 적용하기 어려운 기업에서 다양한 AI 검색 추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업스테이지는 자사 OCR와 서제스트 AI 기술을 기업이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AI 팩’ 솔루션을 개발해 한화생명, 삼성SDS, LG유플러스, 브랜디 등에 제공하고 있다. AI 팩은 AI 전공 지식이 없는 개발자 한두 명이 쓸 수 있도록 편리하게 제작됐고 업스테이지에서 자체 개발한 사전훈련(Pretrained) 모델을 포함해 기업이 직접 보유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에서도 높은 성능을 얻게 해 준다.

업계에서 ANI가 진화·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일상과 업무 수행 방식의 변화도 지속해서 확산할 전망이다. 챗GPT를 비롯해 초거대 AI 모델 기반 AI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주요 기업 간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띤다. 미국 민간 AI 연구소 오픈AI가 GPT-3와 챗GPT, GPT-4를 선보이고 구글은 ‘바드’,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빙’과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등 신기능 출시를 예고했다. 초거대 언어 모델 기반 AI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 줬다.

업스테이지는 이런 흐름 속에 AGI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고 ‘이미 AI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아직 AGI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미 현실에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ANI 기술이 먼저 인간의 생활상과 업무 방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고 앞으로도 기술 발전을 통해 수많은 기업의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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