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투기 심장, 이제 우리 손으로 개발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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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3-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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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개발한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지난해 7월 첫 비행 시험에 이어 최근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 국산 전투기 개발 역사로는 23년 만에 이룬 쾌거다. KF-21 보라매의 부품 국산화율은 1호기 기준 65% 수준이다. 2014년 배치된 첫 국산 전투기 FA-50 파이팅 이글의 국산화율이 60%였던 것을 고려하면 KF-21 기술 수준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엔진만큼은 우리가 독자 개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엔진은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투기의 심장으로 불린다. KF-21에 탑재되는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기 엔진 시장은 미국 GE와 P&W, 영국의 롤스로이스 등이 독점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1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국가 차원에서 거액의 자본을 투입하고 연구해 기술 표준을 만든 곳들이어서 추월은커녕 추격조차 쉽지 않다. KF-21뿐 아니라 FA-50 경전투기도 GE사의 F404-102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에서 생산한 엔진을 수입해 국내 생산 전투기에 탑재하면 제3국으로 수출할 때 엔진 개발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방산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KF-21이나 향후 개발될 미래 전투기도 엔진 때문에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투기 엔진 개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글로벌 엔진 제조사들은 1만명에 이르는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연구 관련 인력을 모두 합쳐도 200명에 그친다. 한국에서 1년에 배출되는 석·박사급 인력은 30명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영역에 투자할 기업도 많지 않다. 엔진 핵심 기술이 전부 제너럴일렉트릭에 있어 사용되는 소재와 세부적인 개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

민간이 주도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면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엔진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분야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큰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첨단 엔진을 개발하는 데 15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2038년까지 9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개발에 대규모 비용이 들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산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전투기 엔진에 대한 투자는 손해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규모 수주 계약이 연달아 체결되면서 방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2조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방산수출 실적이 24조원을 돌파하면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의 도약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 등 많은 국가가 정부 주도로 엔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30여년간 약 25조원을 투자해 독자 엔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도 민관군 협동 엔진 성능 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신기술을 연구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 중 '첨단 항공가스터빈 엔진·부품'을 중점 기술로 선정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가 이례적으로 주목을 받는 만큼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항공용 엔진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진정한 세계 주요 수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정책 수립과 관련 법·규정 등의 개선을 바탕으로 민관군, 산학연의 역할 및 인력 양성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권가림 아주경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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