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레이드 판이 바뀐다]② '中서 벌어 원유 사오는' 공식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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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3-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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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중국에서 낸 흑자로 중동 원유 사올 때 발생하는 적자 메우는 게 우리 경제의 교역 공식이었죠. 그렇게 무역수지도, 경상수지도 흑자를 유지해 온 것 아닙니까."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국책연구기관 원장의 얘기다. 그는 대중 무역의 적자 전환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락 상황을 지켜보며 20년 넘게 이어진 이 같은 공식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드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은 여전해 자칫 무역적자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중 무역=흑자' 등식 무너진다, 올해 줄곧 적자  
올해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게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였는데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미국의 고강도 규제로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줄고, 현지 내수 회복도 더뎌 대중 무역수지는 한동안 적자 기조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대부분 흑자를 기록해 왔다. 2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1년) 대중 무역수지 흑자 총액은 3803억974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2013년 628억 달러의 최대 흑자를 기록한 뒤 규모가 감소하고는 있지만 줄곧 흑자를 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236억8080만 달러)과 2021년(242억8484만 달러)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흑자 폭이 12억1307만 달러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도는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올 1월(39억 달러), 2월(11억 달러) 모두 적자를 냈고 이달도 적자가 유력하다.

대중 무역 여건 악화는 전체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63억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연간 누계로 보면 적자 규모가 241억 달러에 달해 이미 지난해 연간 적자액(477억8500만 달러)의 절반까지 차올랐다.
 
에너지 가격 널뛰는데 악재뿐인 대중 수출
우리나라는 중국에 수출해 번 돈으로 원유나 가스 등 에너지를 수입해 왔다.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무역만 살펴봐도 늘 적자였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대(對)사우디아라비아 무역수지는 연일 적자 행진이다. 10년 전인 2014년 적자액은 284억 달러에 달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19~2020년 적자 폭이 축소됐다가 2021년(209억4665만 달러)과 2022년(367억751만 달러) 다시 확대되는 중이다.

중동 등 에너지 수입국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대중 흑자로 메우고도 남아 전체 무역수지 흑자가 유지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 같은 공식이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대중 무역적자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그나마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안정이 절실한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의 도화선이 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루한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우방으로 인식돼 온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악화도 심상치 않다. 최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다음 달부터 아시아와 유럽 일부 시장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세계 2위 원유 소비국인 중국이 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것도 유가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연말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원유 시장은 경제적 변수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동을 나타낼 것"이라며 "공급 차질 요인과 중국의 회복 양상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올 4분기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예상 밖 오름세를 보이면 올해 무역수지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무역수지를 '상저하고'로 예상한 정부 전망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분위기"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영향력이 축소되고 유가 변수가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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