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대책위 "납치당한 기영이, 故이우영 작가·가족 품에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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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기자
입력 2023-03-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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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일숙 한국만화협회장 "비극 재발 못하게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 류호정 "작가들 처우 개선 위한 관계 부처 적극적인 논의 필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故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故 이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운데)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분쟁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고(故)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이하 이우영대책위)’가 27일 제작사 측의 사과와 작품 전반에 대한 권한을 유가족에게 넘길 것을 촉구했다.

이우영대책위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작가의 분쟁 상대였던 형설앤과 장진혁 대표를 규탄하고 웹툰 표준계약서와 만화진흥법·예술인 권리보장법·저작권법 개정 및 보완 등으로 창작자의 권익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일숙 한국만화협회장은 "2023년 3월 11일은 우리 만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작가 이우영씨가 세상을 떠난 날"이라며 "작품 저작권을 강탈당하고 그 괴로움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창작자에게 작품은 삶의 분신과도 같다"며 "이우영 작가가 자식보다 소중하다고 말한 캐릭터의 저작권을 빼앗고 작가의 생명과도 같은 창작까지 가로막아 이 작가의 삶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납치당한 기영이와 그 가족들을 유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회장은 대책위를 대표해 4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그는 이 작가의 분쟁 상대였던 형설앤과 장진혁 대표에 △유가족과 만화인에 대한 사죄 △검정고무신 관련 일체 권한을 유가족에게 돌려주고 모든 관련 사업 권한 포기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이우영, 이우진 작가에 대한 두 건의 민사소송 취하 등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이번 사건을 엄중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 문화체육예술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문체위 위원들은 이 작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한편 국내 만화·웹툰계에 만연한 저작권 관련 불공정 계약 문제를 꼬집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검정고무신의 기영이는 세대와 시대를 관통하는 밈과 짤방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며 "이우영 작가가 남긴 족적은 만화 산업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수많은 웹툰 작가가 그의 길을 따라 걷는다"며 "만화의 영량력은 점점 커지고, 산업 규모오 성장 속도 역시 다양한 통로로 진입하는 작가들로 지탱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과도한 노동과 불공정 계약,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등을 살펴볼 때 우리는 곧 또 다른 이우영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며 "작가에 대한 공정한 처우와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이제라도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가족을 비롯한 문화계와 만화계, 법조계의 얘기를 충실히 듣겠다. 그게 국회의원인 저희가 할 수 있는 추모의 방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故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故 이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참석해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창작자에게 작품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지만 많은 창작자가 작품 성과로부터 소외되고 작품 변화와 성장에서 배제된다"며 "이는 오래된 관습처럼 당연하게 여겨진다. 과연 누가 창작자에게서 작품을 빼앗아 갈 수 있단 말인가"라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문화예술 창작자가 언론에 나오려면 굉장히 큰 상을 받거나, 아니면 목숨을 끊거나 라는 말이 있다"라며 "만화나 웹툰 외에도 모든 창작자들이 이러한 고통 안에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작가님이 이고 왔을 고통에 조금이라도 답하는 길은 동료와 후배 창작자들이 이우영 작가 같은 고통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며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위 현안 질의를 준비하면서 생전에 고인이 맺은 계약서와 법원에 제출한 자료, 진술서 등 각종 자료를 살펴봤다"며 "그간 고인은 저작권을 강탈당하고 수익 배분에서도 소외됐으며 창작 활동까지 제한됐다. 그 과정에서 느꼈을 고인의 참담함에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인과 제작사의 계약 관계를 보면 불공정 종합세트를 보는 듯하다. 이같은 계약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참담한 심경"이라며 "앞서 문화산업 공정 유통에 관한 법률을 정부와 협력해 발의했고 문체위 소위는 통과한 상황이다.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 상관 없이 의원들의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작가의 동생이자 검정고무신의 공동 작가인 이우진씨도 참석했다. 회견문을 낭독하며 울먹이던 이 씨는 막내 조카가 아버지인 이우영 작가를 위해 쓴 시를 힘겹게 낭독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우영 작가의 삶 중 20년은 형제로 살고 나머지 30년은 절친이자 만화가 동료로 살아왔다"며 "어린 시절 저희 형제는 만화에 빠져 만화를 사랑했다. 매일 저희 손을 따라 수십장의 종이 속에서 살아 움직이던 기영이와 가족들은 저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형의 마지막 부재중 전화가 무슨 얘기일지 생각해보면 이 분쟁을 해결하고, 후배와 제자들이 창작활동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혼자 싸우다가 아주 멀리 떠난 형에게 책임감이 없다거나 심약하다고 말하기 전에 형이 전하고 싶었던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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