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레이드 판이 바뀐다]⑦ 만성적 원화 약세…수출에도 무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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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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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널뛰는 원자재價에 수익성 악화…주력 반도체·IT도 업황 둔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을 1200원 중반 수준으로 예측하고 경영계획을 세웠지만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함께 치솟으며 수익률이 급감했다. 원화로 환산하는 결제 대금은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이 더 뛰는 탓에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상황이다."

금형 제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절하)하면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수출이 늘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커진다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원화를 비롯해 다른 통화들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물가까지 덩달아 오르며 무역적자 골만 깊어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해외로 판매하는 수출기업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 구매 시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하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중소기업 관계자 말은 최근 무역 통계와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총수출액은 6839억 달러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수입액이 수출액을 상회하며 사상 최대 규모인 472억 달러 무역적자를 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등 수입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가운데 고환율 상황이 더해진 결과다. 

환율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 9월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줄곧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5.8%로 마이너스 전환된 뒤 11월 -14.1%, 12월 -9.6%를 기록했고 올해도 1월 -16.6%, 2월 -7.5% 등 를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9월 1400원대를 돌파한 환율은 올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한·미 간 금리 역전 영향으로 여전히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고환율 기조가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우리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IT(정보기술) 업황 둔화와 높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원화 약세, 즉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는 신흥국에 대한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긴축 기조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비용과 생산자 물가가 동반 상승해 경기 둔화를 초래한다. 신흥국에서 수입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에는 수출 감소를 뜻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 변동이 수출입과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다른 국가 통화가치 약세로 우리나라 무역적자 폭이 80억 달러 확대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곽노성 동국대 교수는 "최근 환율은 무역수지 등 실물경제 요인보다 금리와 같은 자본수지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손쓸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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