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의 For Another Perspective] 영화 '건국 전쟁'과 한국인들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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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
입력 2024-0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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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은 대다수 국민들이 교육을 받고 믿고 있는 바와 다르게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 부패한 독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는 그에 대한 일반적 추정과는 달리 이 대통령이 1950년 북한이 남침했을 때 서울에서 도망가지도 않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수백만 달러를 챙겨 미국으로 탈출하지도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증거를 내놓았다.

그러나 영문 제목(The Birth of Korea, 국가의 탄생)이 방증하듯, 초대 대통령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데 있어 영화는 그의 삶을 재해석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시대의 관객들이 국가의 탄생에 대해 더 잘 이해함으로써 내부를 결속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수용하는 것을 돕는다.

이 영화는 개봉이 매우 시기적절했기 때문에 임팩트가 강렬했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영향이 컸다. 이승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보러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이승만이 나쁜 사람이라고 믿고 자란 성인 자녀들을 불러놓고는 그 영화를 보고 오라고 권했다. 이렇게 김덕영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개봉된 시점부터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줄줄이 영화관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호평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영화를 비판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영화가 더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한 대변인은 “독재와 부패, 부정선거로 4·19혁명에 의해 쫓겨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에 현직 대통령이 동참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전 대통령에 대해 다룬 또 하나의 영화 “길 위의 김대중” 때와 같이 정치인들이 관람행렬을 이루는 현상은 총선 시즌이 다가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보들은 선거를 준비하면서, 그들이 노리는 자리와 역할의 중요성을 느낀다. 어쩌면 극장을 찾는 건 과거 지도자들의 묘소를 방문하여 그들을 기리는 (그리고 사적으로 다른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전의 관행에 대한 현대적인 대안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시의적절한 이 영화가 흥행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건 바로 시사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평양에 있는 김정은이 말 그대로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남북 통일에 대해 매우 확실한 “No”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는 “남한 사람들은 우리의 형제자매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들은 별개의 민족이며 우리의 “주적”이라고도 덧붙였다. 북한은 남한 지도자들이 수십년 동안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통일의 문을 닫아버렸다. 반면 우리 남측의 국민들 사이에서는 통일에 대한 전략뿐 아니라 통일국가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도 분열된 모습이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치는 우파와 좌파로 갈라져 있다. 우파 정치인들은 한때 가난하고 권위주의적이었지만 지금은 부유하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충성한다. 좌파 정치인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다른 한국에 충성한다. 상상 속이고, 그러므로 더 순수한 한국에 대한 그들의 충성은 좌파 정치인들을 대한민국에 일시적으로 충성하게 만든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다소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관점으로 초대 대통령의 행적을 지적한다. 그들에 의하면 이승만은 이기적이고 부패한 독재자였으며, 그의 정권은 비합법적이었다. 이건 우리가 믿고 자라온 이승만에 대한 시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승만에 대한 북한의 시각도 같지만 그의 후계자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김덕영 감독은 워싱턴에 있는 특이한 사실을 비춘다. 인도 대사관 밖에는 현대 국가의 정신적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이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사관 밖에는 넬슨 만델라의 동상이 있다. 대한민국 대사관 밖에도 동상이 하나 있다. 그러나 그건 대부분의 한국인은 들어본 적도 없을 서재필의 동상이다. 왜 그럴까? 왜 이승만이 아닐까? 국가가 이승만을 부끄러워 하기 때문이다. 맞든 틀리든, 이런 태도의 요체는 대한민국의 역대 행정부가 심지어 민주주의 시대에도 전임자에 대한 경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이는 일종의 자기 혐오의 증거이다.

어쩌면 이제는 국민들이 통일 한국에 대한 환상을 잠시 내려놓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이자 의젓한 역사를 가진 나라의 시민으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좋든 싫든 간에 국가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그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면 놀라울 것이다.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범죄자가 아니다. 영화에서 인터뷰한 어느 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승만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다. '가디언'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번역: 문가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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