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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8) 물고기 눈알을 진주와 뒤섞다 - 어목혼주(魚目混珠) 이따금 만나 가볍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있다. 전문직 종사자로서 여전히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는 친구다. 지난 2월말에 만났을 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불쑥 부정선거를 거론하더니 12ㆍ3 계엄사태 때 선관위에서 체포된 중국인들의 신병을 미군이 확보했고 조만간 트럼프가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거라고 한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리얼리? 그거 이미 사실 무근이라고 밝혀지지 않았니?" 했더니 곧바로 "너는 유튜브도 안 보냐?"는 면박이 2025-03-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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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7) 돌로 이를 닦고 물을 베개로 삼다 - 수석침류(漱石枕流) 中에 쫓기는 韓 반도체, 주 52시간에 발 묶였다 / '반도체 린치핀', 한국의 위기 / 기약 없는 '반도체 특별법' - "골든타임 놓치면 미래 없다." / 올 반도체 업계 최대 위협은 '美관세' / 메모리 반도체, 너마저 - 중국이 기초역량 추월 / 벼랑 끝 몰린 K-반도체 ... '초격차' 긍지 어디갔나 / 일본 반도체 드림팀 - 법까지 바꿔 돕는다 지난 2월 하순 몇몇 신문에서 반도체 관련 기사와 사설 제목들을 추려 보니 위와 같았다. 하나같이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반 2025-03-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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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6) 물가의 정자가 달빛을 먼저 받는다 - 근수누대(近水樓台) 범중엄(范仲淹·989~1052)은 우리에게는 소동파, 구양수, 사마광 등 엇비슷한 시대를 살다 간 북송(北宋)의 쟁쟁한 인물들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학자와 정치가로서 당대의 명망이 높았고 역사의 평가도 후하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나 피폐해진 나라를 뜯어고치고자 했던 신법당 리더 왕안석이 그를 롤모델로 삼았을 만큼 개혁가로서의 기질도 다분했다. 최고위직인 재상까지 역임했음에도 죽을 때 변변한 재산을 남기지 않을 만큼 범증엄은 평생을 청빈한 관리로 살았다. 그는 늘 백성들과 고락을 함께 2025-02-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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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5) 쓸데없는 짓으로 일을 그르치다 - 화사첨족( 畵蛇添足) 기원전 323년, 전국시대의 강국 초나라 회왕(懷王)이 재상 소양에게 위나라를 공격하게 했다. 소양은 여덟 개의 성을 함락시키고 대승을 거둔 후 내친김에 제(齊)나라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나라를 위해 마침 사신으로 와 있던 진(秦)나라 책사 진진(陳軫)이 나섰다. 소양을 만난 진진이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초나라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면 어떤 상을 내립니까?" "상주국(上柱國)에 임명되고 작위는 상집규(上執珪)가 됩니다." "그 2025-02-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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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4)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 공휴일궤(功虧一簣) 기원전 1046년, 주 무왕(武王)이 향략과 방탕에 젖은 상(商)나라를 멸하고 중원을 통일했다. 서쪽에 있는 오랑캐 나라 여(旅)에서 오(獒)라고 하는 개를 공물로 바쳤다. 키가 넉 자나 되고 사자를 닮은 이 개는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영특했다. 진기한 동물을 상납받은 무왕이 크게 기뻐하며 애지중지했다. 이를 지켜보던 동생 소공(召公)이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면 뜻을 잃는다"고 염려하며 다음과 같이 간언했다. 嗚呼夙夜罔或不勤(오호숙야망혹불근) 不矜細行終累大德(불긍세행종루대덕 2025-01-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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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3) 누구도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 막여독야(莫予毒也) 기원전 632년, 강대국 초나라와 진(晉)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초나라 성왕은 진(晉)문공이 가벼이 볼 상대가 아님을 의식하여 교전을 주저했으나 대장군 성득신이 나서서 승리를 장담했다. 성왕이 마지못해 그에게 적은 수의 군사를 붙여주었다. 전투는 진나라의 대승으로 끝났다. '성복대전(城濮之戰)'으로 불리는 이 전투의 승리로 진문공은 제(齊)환공에 이어 춘추시대 두 번째 패주(霸主)로 등극했다.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진문공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신하들이 까닭을 묻자 문공은 &quo 2025-01-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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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2) 버럭 화를 냄을 경계하라 - 폭노위계(暴怒為戒) 처음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TV 긴급 속보를 보면서 AI가 윤석열 대통령을 흉내내고 있는 게 아닐까 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느닷없이 우리의 일상을 내리쳤다. 소동은 유혈 사태 없이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12•3 비상계엄 선포의 후폭풍은 전방위적이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무장군인들의 국회 난입으로 수십 년간 힘들게 쌓아올린 민주주의 모범국가 이미지는 속절없이 추락했고 증시와 환율은 직격탄을 맞았다. 외교와 안보에도 구멍이 뚫렸다. 2024-12-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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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1) 산속에 있는 사람은 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한다 - 여산진면목(廬山真面目) 대문호 소동파가 조정에 출사(出仕)하던 무렵, 송나라는 신법파와 구법파의 알력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었다. 황제의 신임을 등에 업은 신법파의 과격한 개혁을 비판적으로 쓴 글이 빌미가 되어 체포된 소동파는 혹독한 심문 끝에 간신히 사형을 면하고 황주(黃州, 후베이성 우한 남쪽)로 좌천되었다. 봉급도 없고 황주를 벗어날 수도 없었으니 사실상의 유배생활이었다. 황주에서 다섯 해를 보내며 동파육 등 숱한 일화와 천고의 명작 '적벽부'를 후세에 남긴 소동파는 1084년 3월, 그의 글재주를 2024-12-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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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0) 멈춤의 지혜 -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뒤늦게 <도덕경>의 매력에 빠졌다. 5천 글자에 81개 장으로 구성된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사유의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구구절절 삶의 지혜가 번뜩인다. 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문장에서 눈길이 멈춘다. 머리속에서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고전의 힘이다. 노자가 말한다. "명예와 목숨 중 무엇이 더 중한가? 목숨과 재물 중 무엇이 더 소중한가?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괴로운가? 애착이 클수록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고, 많이 가지려 할수록 반드시 많이 잃게 된다. 만족할 줄 2024-11-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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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9) 어질고 현명한 아내의 내조 - 계명지조(雞鳴之助) 신생 제국 당나라 번영의 초석을 닦고 태평성세를 이룬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불린다.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역사에 기록된 당태종의 치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위징이다. 위징은 때마다 간언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바른길로 이끈 특급 도우미였다. 신하가 간언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고, 간언을 하면 자신이 위태롭다. 위징은 병이 들어 퇴임할 때까지 200번이 넘는 직언을 했다. 위징의 거듭되는 쓴소리에 속이 상한 당태종이 2024-11-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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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8) 뛰어난 문학적 재능 - 재고팔두(才高八斗)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작가로서도 최초다. 문학사의 새 역사가 씌여진 것이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하고 성인 10명 중 6명은 일년 내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는데 책을 살 리는 없을 터, 만성 불황에 시달리던 출판계가 한강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노벨상 수상 6일만에 한강 작품 판매량이 백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른바 한강 신 2024-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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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7)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 병불염사(兵不厭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전통 지지층까지 돌아섰다는 위험 신호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지지를 거둔 사람들이 말한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걸 막았으니 그것만으로도 할 일은 다한 거라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크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부감 또한 상당하다는 얘기다. 반면에 지지자들에게 이재명은 북한의 최고존엄 부럽지 않다. 이처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도 흔치않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대통령 탄핵 군불을 때고 있다. 자 2024-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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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6)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 발묘조장(拔苗助長) 춘추전국시대 약소국이었던 송나라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어리석음'과 관련된 성어를 다수 남겼으니 말이다. 헛된 명분을 좇다가 이길 수 있는 전쟁에서 패한 어리석은 행위를 일컫는 '송양지인(宋襄之仁)', 일을 급히 서두르다 오히려 그르치는 '발묘조장(拔苗助長)', 요행만을 바라거나 융통성이 없음을 이르는 '수주대토(守柱待兔)' 등이 죄다 송나라 사람들이 남긴 성어들이다. 본고 26회차에서는 '발묘조장'이란 성어를 통해서 세상의 어리석음을 2024-09-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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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5) 인생의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 - 비환이합(悲歡離合) 중국어를 갓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왕페이(王菲)의 노래에 심취했었다. 왕페이는 '첨밀밀(甜蜜蜜)'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덩리쥔(鄧麗君) 이후 중화권 최고의 디바로 불리던 가수다. 타고난 재주가 많아 한때 모델 일과 연기 활동도 했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걸작 '중경삼림'을 본 분이라면 늘 팝송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흥얼거리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다 끝내 스튜어디스가 된 스낵코너 아가씨를 기억할 것이다. 준수한 용모에 우수가 깃든 경찰관 량차오웨이(梁朝偉)를 2024-09-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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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4)털을 헤쳐 작은 흠집을 찾아내다 - 취모구자(吹毛求疵)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발표한 '공산당선언' 식으로 말하자면 이런 표현도 가능할 것 같다. "두 개의 유령이 한반도의 남쪽을 배회하고 있다 - 빨갱이와 친일이라는 유령이." 우파가 좌파를 공격하는 유령이 '빨갱이'라면 좌파가 우파를 공격하는 유령이 '친일'이다. 소련의 해체와 함께 공산진영이 몰락하고 남한의 국력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빨갱이라는 유령은 힘을 잃었다. 반면에 한일간의 국력 차이가 미미해지고 일제의 사슬에서 해방된 지도 80년이 다 되어가건만 광복절 2024-09-0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