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구 칼럼] 운·둔함·근성, 이병철 성공학의 재발견

박원구 고려대 연구교수입력 : 2021-04-07 17:05


·

[박원구 교수] 

 



재벌그룹들의 경영다각화 전략은 흥미롭게도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그룹의 전형적인 신사업 전략은 철저한 사업성 분석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창업자는 사업 추진 여부를 여러 측면에서 고민하며 심사숙고하다가 일단 결단을 내리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얘기된다. SK그룹은 본업과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 인수로 다각화를 추진한다. 섬유에서 출발한 SK가 정유, 이동통신, 반도체로 비관련 다각화를 연속적으로 성공시킨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LG그룹의 과거 스타일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안 건넌다’라는 신중함으로 표현될 수 있다. 비용을 아껴 투자하여 실익을 추구하는 ‘실속있는 2등주의’를 과거에는 채택한 적이 많다. 최근 새로운 회장이 등장한 후 투자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종합하면, 경영다각화 방식은 정답이 없으며, 창업자의 스타일에 따라 상이하다는 것이다.


경영다각화를 어느 정도 추진하는 것이 장기수익성 측면에서 좋은 것인지, 또한 현재는 기존사업 확대를 멈추고 신사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인지도 경영자의 궁금한 사항이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 실증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해답이 있다.

하버드 대학의 R 러멜트(Rumelt) 교수는 1974년 미국 포천지에서 선정한 500대 대기업군에 대해 경영다각화 실행 정도에 따른 25년간의 기업수익률 변화를 연구하였다. 다각화 정도에 따라 기업을 구분하고 이들 각각의 수익률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분석 결과, 현재 업종과 관련성이 높은 신사업을 추구한 경우(관련 다각화), 기업의 수익률은 초기 25.7%에서 42.3%로 대폭 증가하였다. 반면 관련성이 적은 분야에 신사업을 추구한(비관련 다각화) 기업의 수익률은 4.1%에서 20.7%로 변화하고, 다각화를 전혀 추구하지 않고 현재의 잘나가는 사업만 계속한(단일사업) 기업은 수익률이 42.0%에서 14.4%로 대폭 하락하는 것을 밝혀냈다. 결론은, 기업의 장기 수익률은 관련 다각화를 추구하는 기업군이 가장 높고, 중간이 비관련 다각화를 추구한 기업군이며, 다각화를 추진하지 않은 기업군이 가장 낮다는 것이다.

경영다각화의 추진 강도 측면에서 다른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충분한 경영다각화보다는 다소 조심스런 소극적인 다각화를 추구한 기업이 수익성 측면에서 우량하였다. 다각화 추진 시 내외부의 관련 조직을 단순하게 해야 본업의 수익성 훼손이 방지된다는 사실도 주장된다.

적정한 다각화와 단순한 추진 조직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국내 사례로 포스코를 들 수 있다. 포스코는 1980년대 일본의 최우량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이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박태준 회장의 지시로 경영다각화를 본격 검토하여, 1990년대에 이동통신(신세기통신 설립), 생명공학(제철화학, 정우석탄화학 인수) 진출 등 적절한 수준의 경영다각화를 추진해 나갔다. 그러나 이후 경영진이 여러 차례 교체되자, 경영다각화의 기조가 적극적으로 변경되어 많은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인사관리 측면에서는 다수의 자리가 새로 생기는 직위 인플레이션으로 풍요로운 시절을 보냈으나, 수년 후 그룹 수익성이 많이 악화되는 사태를 초래하였다. 이후 경영진이 다시 바뀌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화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자회사 통폐합·축소 등 혹독한 조직 슬림화를 추진, 수익성을 어렵게 회복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 유수의 기업 대표에게 사업성분석 시의 검토 항목을 물어보니, 일반적인 분석 항목인 기술성·시장성·경제성·추진주체능력 분석 외에 ‘시장이 큰가', '추진 시 최고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나’를 추가로 검토한다는 말을 들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 이병철 회장은 사업과 관련된 아래의 말들을 남겠다. "요행을 바라는 투기는 반드시 망한다", "성공에는 ‘운(運), 둔(鈍), 근(根)’이란 세 가지 요체가 있다. 능력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때와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데, 운을 잘 타고 가려면 운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둔한 맛이 있어야 한다. 운이 트일 때까지 버텨내는 끈기와 근성도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강남 스타일’이란 노래로 대박을 터뜨린 싸이가 얘기한 말 "운(運)이란 노력이 기회를 만난 것"이란 메시지도 강한 시사점을 준다. 평소에 많은 준비를 해 두어야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잘 살려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박원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 석사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박원구 고려대 연구교수  wk0286wk@korea.ac.kr
컴패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