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왜 모든 주유소를 ‘알뜰’로 전환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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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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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전국의 모든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게 어떤가 싶다. 정부도 원하고, 국민도 원하고, 주유소 사업자도 원하는 일을 왜 안 하는 것일까.

12월 20일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주유소에 세액감면율을 10%포인트 올려주는 내용을 담은 ‘2022년 경제정책방향 등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해 국민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유류세 관련해서는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마치 지금의 자영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전환을 신청하는 자영 주유소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월평균 3000만원에 달하는 인센티브에 더해, 알뜰주유소는 저렴하다는 인식으로 소비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11월 12일 시행된 유류세 인하 정책에서도 알뜰주유소는 자영 주유소와 달리 하루 먼저 유류세가 인하됐다. 이에 따라 정책 시행과 동시에 유류세 인하분을 기름값에 적용할 수 있어 다수의 소비자가 몰렸다. 반면 자영 주유소는 기름통이 비워질 때까지 최대 일주일이 걸렸다.

연간 700여개의 주유소가 휴·폐업하는 와중에도 알뜰주유소의 수는 매년 늘어왔다. 2017년 1139개였던 알뜰주유소는 올해 8월 기준 1233개에 달한다.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자영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 주유소 임대료가 3배가 뛴다. 따라서 사실상 거의 모든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확대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모두가 알뜰주유소가 되면 된다.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알뜰주유소의 구조가 시장 교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농협 등이 알뜰주유소 공급사인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정유사와 구매계약을 하게 되면 공급사는 손해를 보더라도 정해진 가격에 정해진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계약 당시 기준으로도 제로에 가까운 마진으로 공급계약을 한다.

어느 자원보다 변동성이 큰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고정함으로써 알뜰주유소가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물량이 확대될수록 정유사에 가해지는 부담은 크다. 알뜰주유소는 다른 직영·자영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박리다매’ 이윤을 남긴다.

알뜰주유소가 확대될수록 정유사에 돌아가는 부담은 커진다. 그런데도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에 반하기 힘들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알뜰주유소의 문제점 등을 파악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은 차기 정부로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에 2개꼴로 주유소가 휴·폐업하고 있지만 오히려 알뜰주유소를 늘리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직영·자영주유소의 이익을 뺏어다 알뜰주유소에 주고 국민에게 선심을 쓸 것인가 되묻고 싶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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