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이 연일 화제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그의 ‘멸공(滅共)’ 발언은 대선 국면에 정치적 쟁점으로 불거지면서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소신 있다”며 지지하는 세력과 “책임감이 없다”며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었다. 지지세력은 국가나 시민 등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표명하는 정 부회장의 패기를 높이 샀다. 그러나 반대 세력은 기업 총수로서 정 부회장의 말 한마디가 회사 이미지나 사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 부회장의 발언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중국 외교부의 무례한 태도에 항의 한 번 제대로 못 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 링크를 공유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게재하고 ‘멸공’ 해시태그를 올린 바 있다.
 
논란이 일자 게시글은 빠르게 삭제됐지만, 홍콩 유력 매체가 이를 보도하면서 중국 현지에도 알려졌다.
 
이마트는 중국 사업 노출도가 적지만, 계열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실제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 이후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일 대비 6.8% 급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계열사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이마트 노동조합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면서 정 부회장의 행동을 지적했다. 현재 정 부회장은 고객과 임직원에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정 부회장이 SNS 활동을 이어가는 이상 불안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의 행동을 그저 ‘표현의 자유’로 치부하기엔 그의 말에 실려있는 힘과 무게는 일반인과 다르다. SNS에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지만,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분명히 득실이 작용한다.
 
경영 임원들은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의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충실 의무’가 있다. 충실 의무에 위반해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면 손해배상이나 해임, 징계 등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이 충실 의무 위반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세계의 중국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사드 보복 영향으로 롯데는 중국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 부회장은 중국을 향한 공격을 거둬들였지만, 중국은 뒤끝이 강한 나라인 만큼 그 여파가 남을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머리 아닌 심장으로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고객을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열정으로 도전하자는 의미다. 그러나 열정이 과도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때로는 ‘머리’로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헨리 4세’에 나오는 말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그 위치와 권한에 걸맞은 자격과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77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이자 기업의 수장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만큼 정 부회장의 발언은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그간 정 부회장이 만들어 놓은 ‘젊고 혁신적인 신세계’, ‘소통하는 리더’ 이미지가 표현의 자유라는 선을 넘어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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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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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일본인입니다.
    김다이씨의 기사는 알기 쉽고,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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