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요즘 대선 후보들이 공약 제시하는 것을 보면 마치 상인들이 팔릴 만한 상품이면 뭐든지 내걸고 호객 행위를 하는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윤석열 후보의 ‘심쿵(심장이 쿵하는) 약속’이 그렇다.  대선 후보들이 상대방 가족의 문제점을 들춰내 상호 비방을 일삼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나라의 나아갈 길을 정하는 대통령 선거가 시장 상인들의 물건 팔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문제다.


이재명 후보는 작년 11월부터 지난 17일까지 소확행 공약 48개를 내놨다. 대표적 사례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이다.  탈모 인구는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탈모 건보 적용은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이다. 소비자들을  특성 별로 분류해 맞춤형 상품으로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과 똑같다.


지자체 선거에서나 나올 법한 공약 쏟아내

이 후보는 ‘불수능’을 없애 수험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너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풀 수 없는 초고난도 문항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등하굣길 교통안전 지원,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 수가제 공약 등을 내놨다. 등하굣길 교통 안전지원은 학부모들이 전담해 온 자녀  등하굣길 교통 안전 지원을 국가가 대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워킹맘들을 겨냥한 공약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6일까지 11번째 ‘심쿵 약속’을 내놨다. 택시 기사 보호 칸막이 설치 지원, 반려동물 쉼터 확대 공약 등이다. 각각 택시 기사들과 반려인들을 겨냥한 공약이다. 윤 후보는 수능 응시료와 입학 전형료에 세액 공제 도입도 약속했다. 수능 응시료와 입학 전형료가 수험생을 둔 중저소득층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임 이용자 편의 확대를 위해 온라인 게임 본인 인증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청년층을 위한 공약이다. 



두 후보가 내건 공약은 이른바 ‘생활 밀착형’ 공약이다. 추상적인 공약 대신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워 이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게 특징이다. 민주주의가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정치라는 점에서 꼭 비난할 만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이재명 후보 말대로 “국민 의사를 존중해 국민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해내 지지받는 사람은 민주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내건 생활 밀착형 공약은 대통령 선거에서 다루기에는 너무나 단편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다. 중앙 정부에서 다룬다고 해도 청와대가 아닌 어느 부처 장관이 결정하면 족한 내용들이다. 불수능 폐지가 그렇고 택시 칸막이 설치가 그렇다.


생활 밀착형 공약의 더 큰 문제점은 대통령 선거를 ‘가치 투표’가 아닌 ‘이익 투표’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가치 투표와 이익 투표는 투표의 주된 동기가 무엇이냐 하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가치 투표는 ‘무엇이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보고 투표한다. 장기적으로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민 전체에 두루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중시한다. 이익 투표는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를 보고 투표한다. 당장 나에게 또는 내가 사는 지역이나 내가 속한 집단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중시한다. 


개인 이기심만 자극, 미래 걸린 문제엔 무관심


두 후보가 내놓는 생활 밀착형 공약은 가치보다는 이익에 해당한다. 그 내용이 장기적인 나라 발전이나 전 국민의 고른 혜택과 관련된 게 아니라 나에게 또는 내가 속한 집단에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대선에도 ‘틀니·보청기 지원’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이 있었지만 전체 공약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양념 수준이었다. 이번처럼 선거판을 도배질하듯 한 적은 없었다. 이재명 후보는 아예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 후보를 찍으면 나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익 투표를 대놓고 독려하는 셈이다.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 없이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만  투표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익 투표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이 개별적 이익에 호소하느냐, 국가가 나아갈 큰 방향에 호소하느냐에 따라 투표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개별적 이익에 호소하는 생활 밀착형 공약 경쟁은 유권자들을 가치 투표가 아닌 이익 투표로 끌고 간다. 


대통령 선거는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선거다. 그러자면 대선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당장의 나’보다 ‘장래의 국가나 국민’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보게 이끌어야 한다. 가치 투표로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익 투표는  유권자를 그 반대로 가게 한다. ‘장래의 국가나 국민’보다 ‘당장의 나’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국가 장래를 위해 심각히 고민하고 깊게 검토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 부동산 세제 정비, 고령화, 노인 빈곤, 저출산, 외교 안보, 탄소 중립과 기후 변화 대책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국민연금을 보자.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만 65세로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연금 재정이 바닥나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월급에서 떼는 국민연금 부담액, 즉 보험료를  높이든지,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든지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8년에 1778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 2조8243억원, 2020년에 3531억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대비해 쌓아 놓았던 적립금도 바닥나고 있다. 2017년 20조7733억원에서 2020년 말 17조4181억원으로 3조원 이상 감소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대로 가면 적립금이 2024년에 고갈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치 투표' 외면하고 '이익 투표'만 부채질

노인 빈곤 문제는 어떤가.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통계 및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조사대상 OECD 37개국 중 1위였다. 미국(23.0%), 일본(20.0%), 영국(15.5%), 독일(9.1%), 프랑스(4.4%)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빈곤 문제는 갈수록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선 후보 중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제도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말로는 ‘2030이 미래’라고 하면서 정말로 이들의 미래가 걸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문제에는 아무런 비전 제시도 없다. 대외적으로는 종전선언, 한미동맹, 한·중 및 한·일 관계도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 중 이 중대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사람이 없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 노인 빈곤과 고령화 같은 문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유권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끌기 어렵다. 생활 밀착형 공약처럼 달콤하지가 않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선 후보들이 이런 문제에서 눈을 돌린다면 국가 장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선거 이슈로 삼아 경쟁한다면 국민들도 후보들의 비전과 철학을 보고 투표하게 된다. 가치 투표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이 정책에 여론을 반영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적 중요 현안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한 뒤 여론을 설득하고 형성해 가는 일도 중요하다. 그게 리더가 할 일이다. 여론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리더가 아니라 포퓰리스트일 뿐이다. 지금 대선은 누가 국가 미래를 이끌 참다운 리더인가 하는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사탕발림에 유능한 포퓰리스트인가 하는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치 투표는 외면하고 이익 투표만 부채질하는 후보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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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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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전은 없고 개인 이기심만 자극..............
    너의 한계라고 생각해야지 않겠니?
    봐도 모르고 들어도 모르니 참.......그냥 너의 한계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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