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이른바 ‘대통령의 전리품’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오너일가 중심의 대기업이 주를 이루는 대한민국 산업구조에서도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주인없는 기업들이 그것이다. 이 회사들은 ‘국민기업’으로 불리며 대표적으로 KT, 포스코 등이 있다.
 
최근 현장 취재를 하다보면 이들 기업의 차기 회장을 언급하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늘었다. 일부 기업과 관련해서는 본인들이 원하는 회장 후보 명단을 만들기도 했다. 주주들의 의견이나 각 회사의 인사를 담당하는 이사회는 안중에 없다.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이들 기업 회장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지방을 거점으로 둔 기업이라면 마치 차기 정부와 여당이 이들 기업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것처럼 그야말로 전리품 대하듯이 말한다.
 
유독 포스코에서 차기 회장과 관련한 하마평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2000년 민영화와 함께 주주들의 회사가 된 지 22년이 됐지만 그들은 여전히 군사정권 시절을 살고 있는 듯하다.
 
“김모 사장은 이낙연과 가까워서 안 된다.” “황씨와 이씨는 요즘 우리 당선인과 뜻을 같이 하는 듯하다.”
 
정치권의 이 같은 태도는 기업을 기업이지 못하게 한다. 전 세계 산업계를 강타한 ‘제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포스트 코로나’,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등 국내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당선인은 우리 기업을 돕겠다며 연일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기업이 위치한 지역구 의원이나 시의원 등은 다른 데 관심이 있다.
 
그들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투쟁마저도 정치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이용한다. 시민단체와 노조는 포항시와 포스코를 위해 투쟁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서로가 지주사 포항 유치의 공이 있음을 주장하는 데 바쁘다.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와 총선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유세현장에서 어떤 말을 할지는 확신할 수 있다.

"제가 포스코 지주사 포항시 유치를 위해 이 한 몸을 불살랐습니다. 포항시를 살릴 인재가 누굽니까?"
 
일전에 포스코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같은 현실을 언급한 바 있다. 해당 직원은 “포스코가 어떤 회사인데 그런 생각들을 하는지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탄했다.

최근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라는 사내 홍보자료를 통해 "포스코는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이 마지막까지 보유한 2.4%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며 "민영화가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됐음에도 여전히 국민기업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 정체성을 왜곡하고 다른 민간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국민기업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전리품’이라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김성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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