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부-한은 엇박자 우려 언제까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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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4-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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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원을 넘어 1270원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29일 1250원대로 복귀했다. 천장을 모르고 치솟던 환율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건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호재다. 국내 기업이 만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수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대로 수입 제품 가격이 늘어 국내 물가 상승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건 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중순부터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화 절하폭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이 지금의 원·달러 환율 수준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인식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환율 상승세가 더 빨라졌다. 홍 부총리의 구두개입은 그렇게 무력화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예상 규모는 32조~35조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추경과 합치면 약 50조원 규모다. 이는 치솟는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통화 긴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총재 부재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각자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한쪽은 돈을 풀고 다른 한쪽은 돈을 죄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성장보다 더 걱정”이라는 이창용 총재의 고심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두고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이끌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에 이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한해 LTV를 70%에서 80%까지 풀어주겠다고 했는데, DSR을 풀지 않으면 대출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뛰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현재의 물가 상승은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으로 아시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 정부는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모두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럴 때일수록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해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정명섭 기자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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