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5주 연속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자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논의가 불붙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경제위기가 아닌 만큼 적절하지 않은 접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2.4원 오른 127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원가량 상승 출발한 뒤 장중 1278원까지 오르면서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포가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2020년 3월 23일(고가 기준 1,282.5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미국에서 물가 상승 장기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으로 번지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11일 발표 예정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경계심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택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CPI에 대한 시장 컨센선스가 8%대를 웃돌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 국면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킹달러 및 자이언트 스텝과 관련해 이번주 발표될 미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예상에 준하는 4월 물가 상승률로 물가 정점론이 다소 힘을 받는다면 킹달러 현상 역시 다소 주춤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4월 고용 지표는 회복 흐름을 보여주면서 경기 둔화 우려는 일부 완화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국면이다. 미국 평균 임금 상승률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부담이 지속되면서다. 11일 발표 예정인 실질 임금 상승률과의 괴리감이 재차 확인된다면 물가상승 부담은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부담이다. 중국 PPI는 지난해 12월 이후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전월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 연구원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상해 봉쇄로 공장 가동 중단과 실업률 확대는 글로벌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 중국발 공급망 병목 현상 우려를 재차 부각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도 "킹달러 현상이 상수가 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중국"이라면서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으로 최악의 경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 하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중국 정부의 경기와 관련한 전향적 조치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위안화 가치 불안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연준의 긴축 스탠스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통상 상충되는 요인들이지만 이번주에는 시장이 연준의 긴축 스탠스에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연구원은 "CME 선물 시장 확률 표에서는 여전히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높은 수치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5월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통화정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적으로 원화의 상승 요인이지만 현 국면에서는 연준이 연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환율 반락 요인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 스와프 체결, 할 수만 있다면 우리 경제에 호재?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에 대한 군불을 떼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양국 화폐의 교환 비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지난 6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의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는 달러를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현실 경제에선 외환위기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는 효과를 낸다. 때문에 한·미 스와프는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에 호재가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은 외환·금융안정에 도움이 된다"면서 "다만 상대국 입장이 있는 문제이므로 그런 부분을 보고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원화의 국제적 위상이 미국이 상시 스와프를 허용할 수준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 통화스와프는 미국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유로, 파운드, 엔화가 필요할 때가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가져다 쓰겠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상시 스와프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미국과 상설 스와프를 가진 나라들은 전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불리는 국가들"이라면서 "우리가 상시 스와프가 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상시 스와프 이외에 제공하는 스와프는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체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초기가 이에 해당했다. 2008년에는 한국이 미국에 요청해 성사됐으며, 2020년에는 미국이 한국 등 9개 국가를 대상으로 선제 조치를 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