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거래소에 테라·루나 거래량 등 자료 요청... 실태파악 나서
  • 법적 제재 권한 없어... 고승범 위원장 "근거법 없어 별도 조치 어려워"
  • 새정부 '디지털자산기본법' 탄력 붙을듯... 미국·영국도 규제 움직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시세 전광판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와 루나가 폭락하며 전 세계 코인시장을 흔들자 '스테이블코인(달러 등과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화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두 코인의 거래량, 투자자 수 등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황을 파악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권한은 없는 상태다. 이에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도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테라·루나 거래량, 투자자 수, 거래소 대응 방안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금액별 인원 수, 100만원 이상 고액 투자자에 대한 현황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산한 루나 이용자는 28만명, 이들이 보유한 코인 수는 700억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현황을 파악하더라도 이를 감독·제재할 법적 권한은 없는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적으로 제도화돼 있지 않다 보니 (테라·루나 사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는 있지만 가격이나 거래 동향이라든지 숫자 현황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가상자산업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근거법이 없어 별도 조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세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새 정부는 가상자산을 주식과 유사한 증권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금융투자와 같은 선상에서 규제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대선 후보였던 당시에 2023년부터 금융투자 양도소득 기본공제액 5000만원 적용에 가상자산 소득을 포함시키는 공약을 내건 것도 이 같은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전 정부가 가상자산 정책을 자금세탁방지, 과세에만 초점을 둔 것보다 전향적이라는 평가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 회의에서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테라·루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 미국 등 주요국 규제 동향을 살펴본 후에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코인거래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가상자산 정책을 마련해온 흐름을 보면 미국 등 주요국이 내놓은 규제를 참고하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화폐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금융산업규제국(FINRA) 연례회의에 참석해 "가상화폐는 매우 투기적이며 투자자들은 더 많은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의회에 출석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이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를 받도록 법제화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영국 재무부도 이날 지급수단으로 활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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