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폭락 사태와 연준의 금리인상 여파로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거래 지원 안내문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도 답답해요. 권한이 전혀 없다니까요. 가상자산 소관으로 볼 수 있는 금융위원회 조차 자금세탁방지 관련해서만 들여다볼 수 있지 이걸로 엮지 않으면 감독이나 규제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루나 사태'를 두고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루나와 테라USD(UST)는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지만 며칠새 99% 넘게 폭락하면서 UST와 루나의 시가총액은 약 60조가량 증발했다. 

루나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아우성친다. 서울남부지검에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와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티몬 의장을 향한 고소장이 날아들고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강에 뛰어들 것"이란 극단적 상황을 암시하는 글들을 올리기도 했다.

권 CEO는 루나 2.0을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이조차 상장 직후부터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룻밤 새 약 30%가량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세 널뛰기에 투자자들은 또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낸다. 루나 2.0 역시 루나와 UST의 알고리즘 내 근본적인 취약점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손실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급박한 상황에도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루나 사태의 배경에는 입법 공백이 자리하는데 관련 법·제도가 전무해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상장에 개입하지 못하고 거래소에 모든 관리를 맡겨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법적 권한 미비로 테라폼랩스를 점검할 수 없자 올해 3월까지 테라의 지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 차이코퍼레이션을 현장조사하는 데 그쳤다.

테라와 루나의 폭락 사태는 예고된 참사나 다름없다. 루나처럼 사업 구조가 불분명한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판치고 있지만 모두 당국의 관리 밖에 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백서'(암호화폐 투자설명서)를 내놓거나 수시로 백서를 수정해도 개별 거래소 상장 심사를 통과하는 건 부지기수다. 상장폐지도 거래소가 자발적으로 진행한다. '2년 연속 매출액 50억원 미만' 등 8개 상폐기준을 제시하는 한국거래소와는 대조적이다.

업권법 입법 처리를 진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기본 방향 및 쟁점'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무위원회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지난해만 가상자산 업권법과 관련해 7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 모두 대선 표심의 악영향을 이유로 처리를 미뤘다. 

정부와 국회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급하게 업권법 제정 및 청문회를 이야기하며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주무 부처들은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한 뒤 2024년에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인데, 더이상 사후약방문식 관리·감독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면밀한 관리 대책을 강구하는 데 좀 더 속도를 내야 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루나클래식 보유자들이 코인을 처분할 수 있는 기간을 약 한 달 정도 못 박아둔 상태로 한 달이 지나면 해당 코인을 찾을 수도, 처분할 수도 없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투자자들은 오늘도 피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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