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불안, 대란민국] 산업계, 화물 연대파업 직격탄...정부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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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6-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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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업계, 총파업 첫날부터 물동량 급감 피해 호소

  • 정부 "아직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아...모니터링 중"

  • 예상된 파업에도 매번 같은 대책...소통 창구도 멈춰

지난 6월 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자 산업 현장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이번 파업 여파를 두고 관망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업계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큰 문제 발생은 아직"...업계, 첫날부터 피해 직격탄
1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인한 공급 불안에 대해 아직 심각하지 않은 단계로 진단했다.

다만 산업부 내 각 부서는 담당 원료 공급망에 차질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대응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유통 상황을 확인 중인데 일부 불편함은 있지만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일일 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며 대책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도 자동차·철강·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서 정상 출하에 제동이 걸렸으나 아직 물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산업부, 해수부 등 8개 기관과 함께 화물연대 파업 관련 ‘중앙수송대책본부’를 운영 중이다.

반면 산업계는 이번 파업 하루 만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 첫날인 지난 7일 시멘트 출하량은 일평균 18만톤(t) 대비 10% 이하 수준인 약 1만5500톤으로 대폭 감소했다.

비화물연대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주들도 시멘트 운송 시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부담돼 사실상 운송을 포기한 상태다. 협회는 “파업 첫날부터 화물연대가 시멘트 공장들을 봉쇄하진 않았으나 방해 행위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BCT차량 출입은 단 한 대도 없었다”고 전했다.

협회는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파업이 지속된다면 1주일 뒤 피해규모가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협회는 1톤당 평균 9만3000원을 기준으로 파업 하루당 업계 전체 매출 손실이 약 150억원씩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미콘·건설업계는 최근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멘트 대란으로 공급 부족을 겪는 가운데 유통 경로 폭도 좁아지면서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협회는 "화물연대의 불법행위가 시멘트 생산공장과 수도권 거점 유통기지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당분간 수도권 시멘트 출하 중단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소 업계도 공급 불안에 긴장하고 있다. 산업부 수소유통정보시스템 ’하잉(Hying)'에 따르면 지난 8일 5곳에 불과했던 운영 중단 수소충전소는 10일 9시 기준 전국 17곳으로 늘어났다.

각 수소충전소들은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 연료를 공급받는데, 한 번에 많은 양을 비축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하잉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여수, 울산, 대산 등 산업단지로부터의 수소 공급 중단으로 제한 충전을 시행 중”이라고 공지했다.

수소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일부 지자체는 감차운행을 검토 중이다. 대전도시공사는 “수소 시내버스가 이용하는 유성구 학하, 동구 낭월, 대덕구 신대 등 3개 충전소에 수소 트레일러 운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학하는 이미 중단 상태고 나머지 두 곳도 오늘 중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예비차를 투입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4~5개 노선에서 운행 버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철강 업계도 제품 출하에 차질을 겪는 중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하루 물동량 약 4만9000톤 중 절반가량이 나흘째 출하 지연을 겪고 있다. 하루 출하량이 9000톤 수준인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지난 6일부터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예상된 파업에도 매번 같은 대책...소통 창구도 멈춰

지난 6월 9일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이유는 지난해 11월 총파업 때와 같다. 당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운임인상 △산재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쟁취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대안 마련 △국회 계류법안 통과 등을 요구하며 3일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화물연대의 주요 요구 사항은 ‘안전운임제’ 폐지 철회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2022년까지 3년간 시행한 뒤 폐지될 예정이다.

이 밖에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및 화물 운송산업 구조 개혁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앞두고 파업을 예상했음에도 매번 같은 대책만 내놓아 타 업계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을 배치해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군위탁 컨테이너 수송 차량 등 대체 운송 수단을 투입 중이다. 또한 중앙수송대책본부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총파업에서도 나온 대응책이다. 당시에도 시멘트 등 일부 업계는 정부의 비상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파업 사흘간 출하 차질을 호소한 바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기한이 정해졌지만 지금은 무기한으로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 대응책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입장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화물연대는 지난 9일 국토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총파업에 돌입한 지 3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토부는 사실상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묵묵부답과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화물연대는 더욱 강경하게 투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을 ‘뚜렷한 명분이 없는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정부가 늘 개입해서, 여론을 따라가고 너무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 노사 간 원만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전혀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그간 정부의 입장이라든가 개입이 결국은 노사 관계와 그 문화를 형성하는데 과연 바람직하였는지 의문이 많다”며 사실상 소극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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