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총리, ASML·IMEC 경영진 등 만나…'비전 2030' 실현 나서
  • EUV, 올해 단 55대 제작…한 대당 2000억 '초고가', 업체간 구매 경쟁
  • 파운드리 1위 TSMC 100대, 삼성 15대...시스템반도체 경쟁력에 필수
  • 삼성, 연내 10대 추가 목표… 미래 신사업 450조원 투자 계획 본격화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 등을 잇달아 만나는 광폭 일정을 소화했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반도체 전략인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시스템반도체 미래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과 15일(현지시간) 양일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인트호번, 벨기에 루벤 등을 찾았다. 

헤이그에서는 뤼터 총리를 만나 ASML 장비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7nm(나노미터·1nm=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 있다. 이 부회장이 뤼터 총리와 만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뤼터 총리에게 삼성과 네덜란드의 오랜 우정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문구를 각인한 웨이퍼를 전달하기도 했다.

에인트호번에서는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개월 만으로, 이날 방문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동행했다.

삼성전자와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동향 △반도체 시장 전망 △EUV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연구개발·투자, ASML과의 기술협력 등을 확대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과 메모리반도체 기술 초격차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에게 삼성과 네덜란드의 오랜 우정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문구를 각인한 웨이퍼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UV 확보, 파운드리 경쟁력 넘어 K-반도체 미래 달려

“그만큼 삼성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EUV 노광장비 확보에 파운드리 경쟁력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 출석까지 뒤로한 채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가장 큰 이유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핵심인 EUV 노광장비 확보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지난 7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헝가리, 독일,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에서 이번 유럽 출장에 나선 최대 목적인 EUV 노광장비 확보에 바짝 다가섰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났는데, 그는 특히 네덜란드 기업 ASML의 EUV 노광장비가 삼성전자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뤼터 총리에게 사실상 ‘지원 사격’을 요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가운데)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하려면···‘슈퍼을’ ASML과 협력 필수

ASML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일명 ‘슈퍼을(乙)’로 불린다.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으로, 반도체 집적 재료를 원하는 패턴으로 깎아내는 작업이다. 일종의 ‘틀’인 포토마스크를 따라 웨이퍼 위에 빛으로 패턴을 그려 넣는데, 공정이 미세할수록 반도체 성능과 품질이 달라진다. EUV 노광장비는 회로 폭을 나노 수준으로 미세하게 그릴 수 있는 장비로,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얇으면 얇을수록 저전력·고성능 특성을 보이고 같은 웨이퍼 면적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대당 2000억원을 웃도는 초고가지만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ASML은 지난해 42대를 만들어 매출 63억 유로(약 8조4500억원)를 올렸는데 대만이 44%, 한국이 35%를 차지했다. ASML은 올해 55대, 내년 60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돈다발을 싸 들고 가도 사기가 힘들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목표로 삼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비전 2030)’은 사실상 이 장비 확보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TSMC 100대, 삼성 15대...이재용, ‘EUV 해결사’로 나서 파운드리 1위 속도전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확보한 EUV 노광장비는 15대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가 100여 대를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인텔까지 장비 확보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삼성전자는 EUV 노광장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반도체 초격차’를 강조해온 삼성전자는 올해 EUV 노광장비 10대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이 장비를 노리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도 늘면서 계획대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이 부회장이 이번에 직접 네덜란드로 날아가 뤼터 총리에 이어 ASML 경영진을 직접 만난 것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EUV 노광장비 확보에 직접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ASML 장비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시각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그동안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수시로 만나 기술 로드맵과 중장기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찾아 미래 반도체 기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EUV 노광장비 제조 현장을 직접 찾았다. 2016년 11월에는 내한한 피터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이 삼성전자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는 2012년에는 ASML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업계는 삼성이 지난 5월 발표한 반도체·바이오, 신성장 IT(AI·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이 이번 이 부회장의 EUV 노광장비 확보전을 통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만간 착공을 앞둔 17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 EUV 노광장비 투입이 시급하다. 2024년 양산을 계획한 가운데 5나노 미세공정을 구축하려면 지금 당장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이 장비는 생산하는 데 2년 정도 걸려 지금 장비 공급을 확답받아야 테일러시 공장 가동이 계획대로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해결사’로서 면모를 보였으며, 삼성과 ASML 간 파트너십을 공고히 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가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이 부회장과 삼성전자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비영리 반도체 종합 연구소 IMEC 방문...‘미래 먹거리’ 발굴

한편 이 부회장은 15일에는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re)를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루크 반 덴 호브(Luc Van den hove) CEO와 함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그는 또한 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하고 있는 첨단분야 연구개발 현장도 살폈다. 이는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꼽은 ‘삼성의 미래 먹거리’ 분야와도 궤를 같이하는 분야다.

 IMEC는 1984년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반도체 설계, 공정 기술, 소재, 장비 등 반도체 분야 외에도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에너지까지 다양한 첨단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벨기에 이외에도 네덜란드, 미국, 중국, 일반, 대만, 인도 등 세계 6개국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나노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허브로 현재 95개국에서 모인 45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국가를 초월한 다국적 연구를 수행하며 3~10년 뒤 상용화될 미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약 1조원 규모로 대부분 정부 기금 모집(펀딩) 및 회원사의 연회비로 마련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전 세계 600개 이상의 기업 파트너와 학계의 네트워크도 구축, 광범위한 연구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루벤에 있는 IMEC를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Luc Van den hove) IMEC CEO와 만나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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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 피하려고 도망간 마약쟁이 범죄자 이재용 재판 받고 감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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