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중형 SUV '토레스' 외관 디자인. [사진=쌍용자동차]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쌍용차 인수전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쌍용차가 사전계약을 진행한 중형 SUV 신차 ‘토레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몸값이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토레스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2000대라는 기록을 작성했다. 쌍용차 신차 사전계약 중 역대 최대치다.

◆ 신차 ‘토레스’ 흥행에 인수대금 1조원까지 거론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쌍용차 매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의 물밑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쌍용차는 24일 오후 3시까지 인수의향을 밝힌 양측으로부터 매각대금이 적힌 인수제안서를 받아 이달 말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수전은 자금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KG그룹에 무게가 쏠린다. KG그룹은 지난달 1차전 격인 조건부 인수제안에서 쌍방울그룹을 따돌렸다. KG그룹을 앞세운 KG컨소시엄이 9000억원대를, 쌍방울그룹을 포함한 광림 컨소시엄은 8000억원대의 인수제안서를 각각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은 최종 인수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KG그룹의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은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 약 36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맹을 맺은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의 지원사격도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KG ETS 환경에너지 사업부 매각대금 5000억원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 외부자금 유치 없이 9000억원대의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외부자금 수혈까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KG그룹은 곽재선 회장의 지시로 KG타워 앞 전광판에 토레스 광고영상을 무료로 송출하는 등 인수 자신감을 엿보이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1000억원 수준이라 KG그룹과 현금동원력에서 격차를 보인다. 그러나 대형 재무적 투자자(FI) 영입을 통해 막판 역전극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쌍방울그룹 측은 “1차 입찰 전에도 참여를 원하는 FI들이 많았기에 컨소시엄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아직 대형 FI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24일 인수제안서 접수 마지막 날에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토레스 흥행에 쌍용차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인수 몸값이 1조원대를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럴 경우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이 요구하는 회생채권 8300억원의 40~50%의 변제도 무난히 충족하면서 관계자 집회의 회생계획안 인가가 한층 수월해진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쌍용자동차 중형 SUV '토레스' 외관 디자인. [사진=쌍용자동차]

◆ 토레스 ‘나비효과’, 전기차‧픽업모델 확장 기대감

시장에서는 토레스가 꾸준한 판매량을 보인다면 전기차 등 후속 파생모델 개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하반기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하면서 전기 SUV 전환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코란도 이모션은 지난해 9월 유럽 수출 초도물량 200대를 선적한 뒤 올해 1월 국내에서 사전계약을 진행했다. 사전계약은 3주 만에 3500대 이상 접수됐다. 올해 코란도 이모션 생산물량을 1000대 정도로 잡고 소량 판매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사전계약이 목표치를 3배나 뛰어넘었다. 그러나 사전계약 흥행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공급난으로 인해 3~4월 고객 인도분이 100대 수준에 그쳤다.

코란도 이모션은 기존 준중형 SUV 코란도 제원을 그대로 가져온 것과 300km 초반에 이르는 짧은 주행거리가 단점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사전계약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 국내 첫 준중형 전기 SUV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간접 반영했다. 토레스 전기차 출시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일부 외신은 쌍용차가 토레스 기반의 전기차인 ‘U100(프로젝트명)’을 내년에 선보이고 픽업트럭 출시까지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익스프레스는 토레스 파생모델로 전기차와 픽업트럭 출시를 예정한 상태며, 유럽 등 일부 국가에 선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2월 미래차 시장 대응을 위해 비야디(BYD)와 배터리 개발 및 배터리 팩 자체 생산 기술 협력 등을 내용으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와 배터리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U100에 해당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라 밝혔다. 당시 쌍용차 경영난과 매각 불투명성이 부각되면서 U100 출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비야디는 1995년 배터리 제조사로 시작해 2003년 완성차 생산까지 사업 반경을 넓히면서 중국 내 최대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했다. 독자적인 배터리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테슬라 배터리 공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비야디와의 협업으로 U-100이 성공적으로 출시된다면, 지난해 7월 디자인 스케치를 공개한 ‘KR10’ 출시도 흐름을 탈 수 있다. KR10은 정통 오프로드 SUV를 표방해 과거 초기 코란도 모델을 재해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야디는 도요타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만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의 기술력과 높은 가격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최근 배터리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어 쌍용차는 이를 U-100 출시에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가 신차로 구상 중인 정통 오프로드 SUV 'KR10(프로젝트명)' 디자인 스케치. [사진=쌍용자동차]

◆토레스 생산 전력투구…출고대란 틈새 노리기

일각에서는 이러한 장밋빛 전망이 이뤄지려면 내달부터 양산에 본격 들어가는 토레스의 순항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사전계약에서 성과를 냈지만 차량 출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 기대감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의 고질병으로 굳어지는 차량용 반도체 대란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극복할지가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판매가 저조한 일부 모델의 생산을 과감히 줄이고 토레스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사 주요 SUV 모델이 출고대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다수의 대기고객을 토레스로 끌고 올 수 있을 것”이라며 “토레스의 디자인과 가격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한 만큼, 이제는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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