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효율적 집행, 일부 소비자 혜택 못 받아
  • 해외 주요국, 자국차 지원책과 대비
  • 향후 글로벌 기업과 경쟁서 밀릴 수 있어
국내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보조금 집행과 예산 부족에 성장통을 겪고 있다. 미래 기간산업으로서 집중 육성돼야 하지만, 설익은 정책이 내수 시장 안착에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향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전국 161곳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 일반접수에서 접수를 마감한 곳은 72곳(44.7%)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은 일찌감치 보조금이 동이 났으며, 대구와 울산, 세종 등 주요 광역·특별시도 일반접수를 끝마친 상태다.

이러한 보조금 소진 속도는 최근의 유가 급등과 함께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신차 공급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5만8253대로 전년 동기(14만8000대) 대비 74.9% 급증했다. 정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급격한 소비 증가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생겨날 수 있다.
 
지자체별 예산 책정...비효율적 분배로 '소비자 혜택 누락'
특히 일부 지자체별로 예산을 책정하다 보니, 비효율적인 분배로 인해 소비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거주인구가 적고, 전기차 수요가 크게 없는 지방 일부지역에서는 예산이 남아도는 반면, 수도권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큰 지역에서는 애초부터 예산이 동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효율적인 예산 분배로 인해 정작 보조금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은 환경부 지침 변경에 따라 상‧하반기로 나눠 차량 출고순으로 보조금을 배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출고대란과 직결돼 큰 혼선을 주고 있다. 기아 ‘EV6’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는 이달 기준으로 각각 18개월 이상, 1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지금 주문하면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가 올해 보조금을 신청해도 수령이 불가능하다.

지난해는 신청서 등록순으로 접수를 받았지만, 특정인이 대량 등록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올해부터 접수 방식을 변경했다. 만약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 말까지 전량 소진되지 못한다면 남는 예산은 전부 국고로 귀속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수요가 높은 도시 지역은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산간 지역은 여유 있는 상황이기에, 남는 물량을 지역별로 분산시켜 보조금을 전부 소진하게 만드는 효율적인 집행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지자체 보조금이 매칭펀드로 형성되면서 남는 물량을 주고 싶은 지자체도, 받고 싶은 지자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 국고로 귀속된다면 기획재정부 등 정부 예산 집행처가 보조금이 충분하다는 착시를 일으켜 예산을 줄이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 라인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해외 주요국, 자국산 전기차 보조금 우대 정책...우리나라는 '부재'
또한 해외 주요국마다 미래차 산업 육성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는 이러한 정책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자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우대하는 차별적 정책을 펴면서 자국 미래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확대라는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속성이 필요하며, 이를 신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면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구매 고려 시점에 보조금 수령 가능성을 분명히 알 수 있어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아주경제]


 
경로 이탈한 '전기차 절반 시대'...산업 육성에 정책 초점 맞춰야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2025년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2025년에 이르면 신차 판매 절반이 친환경차로 채워질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한국의 전기차 시장 창출 목표가 순조롭다며, 향후 보조금 축소에도 판매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중단되면 구매를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향은 보조금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 528명은 보조금이 200만원 줄었을 때 ‘구입할 것’이라는 응답이 10명 중 7명에서 3명 중 1명으로 32% 감소했다. 12%는 ‘구입하지 않을 것’, 절반 이상인 56%는 ‘다시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보조금이 400만원 축소되면 구입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29%로 두 배나 치솟았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를 두고 보조금 축소를 전제로 한 정책 설계가 문제였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망 문제가 없었더라도 2026년까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절반에 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차량용 반도체부터 배터리 수급망까지 겹치는 등 환경적 급변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 정서를 의식한 점도 정책 제한성을 높이게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부가 한정된 예산에서 최대의 효율을 내겠다는 구상이었다면, 정책 허점 최소화에 주력해야 했다는 진단이다. 2025년까지 관련 정책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소비자 불만이 더욱 높아져 전기차 활성화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는 목소리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소차는 아직까지 인프라 접근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면서 “승용 모델보다 상용 모델에 보조금을 집중하거나, 일부를 전기차 보조금으로 돌리는 운용의 묘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아 카니발의 경우 버스전용차량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꽤 있다”면서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전기차 보유자에게 버스전용차량이나 공용주차장 감면 등 무형의 제도적 혜택을 주는 방법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배터리·충전시스템 설비 등 산업 육성 정책과 방향 맞춰야
 
특히 전기차 보조금을 산업 육성과 연계한 전략적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일본은 재해 대응을 명분으로 V2L(양방향 충전시스템) 설치 차량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해 기술 경쟁력을 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자국 완성차 기업의 소형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이고자 보조금 지원 차량 기준을 대폭 낮춰 외국산 고급 전기차 판매를 억제하고 있다.

이를 십분 발휘한다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주력인 삼원계 배터리에 혜택을 더해주거나, 초고속 충전기술 등 신기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수 있다. 그동안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서 수시로 불거진 고가 전기차 수혜 비중은 지금보다 더욱 낮춰 국민적 반감을 덜어내는 부분도 논의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서 특정 국가 제품을 노골적으로 차별할 수 없게 했지만, 자국산 제품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보조금 지급 방식의 변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자국 기업을 우선한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금 시점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동등해지는 시점은 최대 10년까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을 축소하기보다 증액 내지 현상유지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실익을 높일 수 있는 면밀한 정책 재구성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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