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심'으로 돌아간 국정원...대대적인 변화 시작

국가정보원은 6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각각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2월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서훈·박지원 전직 국정원장 2명을 검찰에 동시 고발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검찰은 단 하루만에 이를 수사부서에 배당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7일 "검찰 수사를 주목한다"면서 "(혐의가 사실이면) 굉장히 중요한 국가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최종 타깃'으로 겨냥한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는 우려의 시선이 강하다. 
 
◆국정원 "박지원‧서훈, '직권남용‧자료삭제' 의혹"
 
국정원은 6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자체 조사 결과, 금일 대검찰청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서훈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 허위 공문서작성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다음날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원장의 건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 서 전 원장의 건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에 각각 배당했다.
 
공공수사1부는 2020년 9월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이 당시 국가안보실장이던 서 전 원장 등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발표한 경위 △사건 당일 정부 대응의 적절성 △2년 만에 수사 결과를 번복한 이유 등을 이미 수사하고 있다.
 
공공수사3부가 맡게 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문재인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통상 탈북민 합동 조사는 보름 또는 1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당시 불과 5일 만에 조사를 마치고 북송해 의문이 제기됐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송환을 요구하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가 먼저 인계를 통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與 "文정부의 조직적인 '월북몰이' 의혹...중대한 국가범죄"

국정원과 검찰의 속도전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을 보고 (고발) 내용을 인지했다"면서도 "고발 이후 검찰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고발에 관련된) 두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만약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가 있었다면, 다시 말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국가가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그리고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헌법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하는) 귀순 어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굉장히 중대한 국가범죄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대통령실에 보고가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보기관이 대통령에게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보고를 드렸다는 건 저희가 공개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번 고발로 두 전직 국정원장에게 국정원은 '정권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의 수단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더이상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할 수 없다. 늦었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故) 이대준씨는 생전에 국가로부터 구조도 받지 못했고, 사후에는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월북몰이에 희생된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들과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국정원 과거로 돌아갔다...文까지 물겠다는 것"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정원이 제기한 '자료 무단삭제' 의혹에 "제가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삭제 기록 등이) 국정원 메인서버에는 남는다"며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메인서버는 물론 첩보를 생산한 생산처에도 그대로 남아있을 것 아닌가. 우리가 삭제한다고 해서 그것까지 삭제가 되나"라며 "(삭제를 하면) 정권이 바뀌고 나서 그 기록을 볼 수 있는데, 감옥에 가려고 하는 국정원장이나 직원이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개혁된 국정원에서 우리 직원들은 이런 짓(고발)을 안한다"며 "과거 직원들이 국정원으로 돌아왔다는데, 자기들이 과거에 하던 일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 전 원장은 "이런 짓을 안보를 내세우는 집권 여당, 국정원에서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임한 지 겨우 한 달 남짓 되는 신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걱정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드디어 국정원이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직전 원장을 고발할 때는 부인할 수 없는 혐의를 가지고 해야지, 부인할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고발하는 건 명백한 정치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저것은 지금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그 다음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한번에 물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국정원...대대적인 변화 시작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원은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측근이었던 조상준 변호사를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임명하면서 예고된 일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원훈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중정)가 1961년 박정희 정권 수호를 위해 창설됐을 당시, 초대 중정부장인 김종필 전 총리가 지은 것으로 1998년까지 37년 간 사용됐다. 
 
기존 원훈인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 동안 복역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손 글씨를 본뜬 '신영복체'로 쓰여져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문구 그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라며 "직원들 모두 이 원훈을 마음에 새겨 앞으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업무에 매진하자"고 주문했다.
 
또한 국정원은 최근 본부 1급 보직국장, 지역 지부장 등 27명을 대기발령하고 고강도 내부 감찰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한창 고조된 시점에 시급한 조치인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민주당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국정원을 장악하려는 조급함의 발로"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잘못된 안보관과 절연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반박했다.
 

[출처=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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