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불안, 대란민국] 상반기 전력거래량 역대 최대...하반기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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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7-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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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둘째 주 공급예비율 7.2%...수급 불안감 커져

  • 화석연료 영끌해 막는 블랙아웃...올해는 예고편?

  •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철 전력 수급난...중장기 대책 필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7월 11일 오후 명동 한국전력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광판에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 더위 탓에 올해 상반기 전력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정부가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화석연료까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하고 있지만 전력예비율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올해 수요 관리라는 명목으로 에너지 캐시백 전국 확대 등 여러 카드를 꺼냈지만, 오히려 전력 수요는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력 공급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거래량 역대 3위 규모...수급난에 화력 발전↑
11일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상반기 전력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난 26만9432GWh(기가와트시)로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본격적으로 여름 더위가 시작되자 전력 수급 우려가 나온다. 통상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7~8월이 포함된 하반기의 전력거래량이 상반기보다 큰 편이지만,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 하반기(27만7630GWh)와 2018년 하반기(27만4506GWh)에 이어 역대 3번째를 기록한 것이다.

하반기에도 전기 사용량은 대폭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중 가장 전력 소모가 많은 날인 지난 7일 전력 수급량은 한때 9만3078MW(메가와트)까지 치솟았다. 이는 6월 둘째 주 중 가장 전력 소모가 많았던 날인 6월 10일 7만1342MW보다 약 2만MW 늘어난 수치다.

7일 전력 수요가 치솟자 공급예비력은 7000MW이하로 떨어졌고 공급예비율은 7.2%를 기록했다. 공급예비율은 공급 예비력을 최대수요로 나누어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전력계통이 얼마나 여유를 갖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업계는 통상 공급예비율이 10%를 넘어야 비상 상황 등에 대비해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한다. 반대로 공급예비율이 낮아질수록 전력 수급 불안감은 커진다.

최근 전력 수급 불안감은 더위가 시작된 여름철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력거래소는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기류 유입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체감온도가 33~35도를 넘는 등 연일 지속되는 무더위와 열대야로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여름철 전력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9월 8일까지를 수급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공급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특히 전력 당국은 환경 보호 등을 위해 탈석탄 등 기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력 수급 불안감이 커지자 화석 연료를 활용한 발전량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0일 2만4245MW 수준이던 액화천연가스 발전을 통한 전력 수급량은 이달 7일 3만5609MW까지 1만1364MW 올랐다. 같은 기간 석탄 발전은 2만768MW에서 2만9168MW로 8400MW 증가했다. 이 기간 총 전력 수급량이 약 2만MW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화석연료로만 전력 공급을 끌어올린 셈이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탈석탄을 하는 만큼 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전력 수급 대책도 공급 확대보단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에도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총 9.2GW(기가와트)에 달하는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예비자원은 평상시에는 가동하지 않으나 예비력이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동원된다.

예비자원 9.2GW는 모두 추가 전력 생산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탄발전기 출력 상한을 비롯해 자발적 수요 감축 등을 통한 경제적 환산을 포함한 수급관리를 하면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예비력을 전부 다 포괄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외 280개 공공기관의 실내 적정온도 준수, 조명 부분 소등 등에 대한 에너지 사용 실태 점검, 전력 수급 위기 시 냉방기 순차 운휴나 민간 기업 휴가 분산, 가정과 상업 시설 적정실내온도 26도 준수, 에너지 캐시백 전국확대 등도 수요 관리 방안에 해당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철 전력 수급난...중장기 대책 필요

지난 7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롯데마트점. [사진=연합뉴스]

여름철 전력 수급 우려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마다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 능력은 제자리걸음으로 전력 수급난 우려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전력 수요가 정점을 찍은 날인 7월 27일 최대전력 수요는 91.1GW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90.3GW)보다도 높은 수치다. 정부는 올해 최대 전력 수요가 91.7~95.7GW(8월 둘째 주) 수준으로 전년보다 최대 4.6GW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올해 공급 능력은 100.9GW(8월 둘째 주)로 전년 대비 0.2GW 증가에 그쳤다. 예비력은 5.2~9.2GW 수준으로 최대 4.4GW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전력피크 예상 시기를 7월 넷째 주부터 8월 셋째 주까지로 보고 있다.

전력피크 시 예비력이 5.2GW까지 떨어지면 당국은 전력수급경보 5단계 충 첫 단계인 ‘준비’에 돌입한다. 전력 수급 경보는 준비(5.5GW 미만), 관심(4.5GW 미만), 주의(3.5GW 미만), 경계(2.5GW 미만), 심각(1.5GW 미만) 순으로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준비 단계에서는 각 가정과 사무실, 산업체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 가동을 자제하고 공공기관은 비상발전기 가동을 준비한다. 현재까지 전력수급경보가 내려진 경우는 2013년 8월이 마지막이다.

내년에는 신한울 1호기 본격 가동 등으로 전력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전력 수급 대책에서 시험 운전 중이라고 밝힌 신한울 1호기가 내년에는 전력에 추가돼 올해보다 좀 더 나을 것”이라면서도 “설비 정비나 고장 등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력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도 증가해 여름철 전력수급난은 해마다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전기차 등도 합세해 전력 수요는 늘어나는 실정에서 당분간은 화력발전 비중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며 “화력발전을 이용하면서 원전 활성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신고리 1, 2호기를 비롯해 한빛 4호기를 보수해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급하다고 규정을 위반하면서 점검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원전을 무작정 가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장기적인 대안으로 원전 활용 극대화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중장기 전력 수요 전망을 고려해 원전 설비 확대를 포함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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