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강철규 "하반기 가장 큰 위험요인 '고물가'...한미 금리 역전 땐 '외환위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노경조·정연우 기자
입력 2022-07-22 00: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원로에게 듣는 대한민국 리빌딩] <8>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는 타격이 크다"며 "새 정부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강 전 위원장은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인데 새 정부가 비전을 못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 원인으로는 철학과 역사 인식 부재를 꼽았다.

그러면서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고안·집행·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자유시장 경제를 주장하더라도 때를 가려야 한다. 실사구시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경기 침체기나 양극화 심화기, 산업 구조 조정기, 신냉전 시대로 가는 시기에는 정부 개입이 어느 정도로, 어떤 방법으로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S공포 심화 땐 소득 재분배 악화"

-S공포를 넘어 R(경기 후퇴)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경제위기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나.

"당시와 성격은 다르지만 위기인 것은 틀림없다. 경기 변동 사이클을 보면 1930년 대공황이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안정기였다가 외환위기가 닥쳤다. 2008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 큰 위기가 다시 왔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심화하면 대공황과 같은 큰 위기가 오는 것이다.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가 끝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대공황 사태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삼중고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물가가 가장 위험 요인이다. 외환위기 때 물가 상승률이 6.8%였고, 이후로 (6%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오를 것 같다. 물가가 상승하면 에너지·중간재 등 생산자물가가 많이 뛰어 결국 소비자한테 영향을 주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심화시킨다. 파급효과로 소득 분배가 악화된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한 가운데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생산자는 물가가 올라서 힘들고 소비까지 감소하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 수 있다. 무역 적자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온다."

-당정이 꺼낸 비상 카드는 법인세를 비롯한 세제 전반에 대한 감세다. 낙수효과는 사실상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때만 효과를 본 정책 아닌가. 

"학계에선 낙수효과에 대해 그렇게 본다. 정부가 경기 부양하는 방법에는 감세, 재정 지출, 혁신 촉진 정책 등이 있다. 문제는 법인세 인하 시 그 혜택을 대기업이 본다는 것이다. 실질 부담률은 세율에 비해 낮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율 감세냐, 대기업에 혜택이 가는 감세냐에 따라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대기업은 세 부담을 줄인다고 해서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생존에 영향을 받는다. 대기업은 감세하는 만큼 이득이겠으나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지난 10년간 증명됐다. 과연 이것을 들고나온 게 잘한 일인지, 내용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규제 혁파 능사 아냐···필요한 대못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규제 혁파라는 강경 일변도 스탠스를 어떻게 보나.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를 완전히 완화해서 혁파해 버리겠다고 했다. 과연 알고 하는 이야기인가 했다. 규제 개혁은 완화할 건 완화하고 강화할 건 강화하는 것이다. 불필요하거나 시대에 동떨어진 것은 과감하게 완화하는 게 맞는다. 그래야 새로운 게 들어오기 쉽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 잘 구분해야 한다. 무조건 혁파는 안 된다. 경제 안정기에는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게 맞지만, 지금처럼 물가가 상승하는 불안정한 시기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경기 변동과 관계 없이 자유시장 경제를 주장하는 것은 미국에서 실패로 끝났다."

-하반기 대외적 변수가 산적해 있다. 그 중심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이 도사리고 있는데.

"미국 기준금리가 조만간 2.75%까지 갈 수 있다. 연말에는 3% 이상 가지 않겠나.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한국은 2.25%인데 미국과 역전될 수 있다. 금리가 역전되면 달러가 유출되고, 그럼 달러 부족 현상이 온다. 그게 외환위기다. 한국도 연말까지 3% 전후로 가지 않겠나. 내년에 더 갈 것인지는 경기 상황에 달렸다."

-정부가 금리 상승 충격파를 완화하는 장치로 쓸 만한 게 있을까.

"조세정책으로 완화시킬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재정 지출 확대도 마찬가지다. 얼핏 들으니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 부채를 탕감해 주겠다더라. 그런데 즉흥적인 것 같다. 재난 시기인 만큼 탕감이 아닌 지원금으로 지출 확대를 늘려줘야 한다. 탕감을 해주면 앞으로 계속 부채가 늘어나는 기업은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온다. 그러면 공정거래 질서가 안 잡힐 수 있다.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조세와 규제 완화 정책 등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