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전략] 업계 위기론 솔솔...정부, 초강대국 로드맵으로 전폭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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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7-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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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 발표…투자·교육 '선택과 집중'

  •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국내 생태계 취약점 드러나

  • "미래 수요 확보 위해 로봇·바이오 등 'plus 산업'으로 묶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6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받은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부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위상을 다지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놓았다. 반도체 업계에 대한 세제 지원은 확대하고 노동·환경 규제 등은 완화하기로 했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과 손을 잡고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 이상 양성에 나선다.
 
尹정부 반도체 초강대국 로드맵…투자·교육 '선택과 집중'
2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향후 5년간 예고한 340조원 이상 투자 계획을 적극 지원한다. 평택·용인 반도체 단지에는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고 용적률을 최대 1.4배로 상향한다. 현재 6~10% 수준인 대기업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중견기업 수준인 8~12%로 늘어난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 연구개발(R&D)에만 허용되던 특별연장근로제는 올해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 적용된다. 특별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인 근무를 최대 64시간까지 허용하는 제도다.

시스템반도체 지원은 전력, 차량용, 인공지능(AI) 등 3대 품목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과 차량용 반도체에 각각 4500억원, 5000억원 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AI 반도체에는 2029년까지 1조25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정부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반도체 아카데미‘를 연내 설립하고 내년에는 반도체 특성대학원을 지정한다. 업계와 연구환경에 투자해 한국형 SRC(미국 민관반도체연구 컨소시엄)와 IMEC(유럽 최대 규모 반도체 연구기관) 등을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국내 팹리스(설계 전문기업) 중 30개를 선정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예산 약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R&D는 ’추격형 국산화‘에서 ’시장 선도형‘으로 방향을 틀고 현재 소부장 R&D 중 9%에 그치는 시장선도형 기술개발 비중을 내년부터는 20%로 확대한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현재 3%에서 2030년 10%로, 소부장 자립화율을 30%에서 5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반도체 인력은 10년간 15만명 이상 공급될 전망이다.

최우석 산업부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은 “반도체에 특화된 대책에 더해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육성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하고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위기론 대두...PLUS 전략까지 간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마친 후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국제 반도체시장 성장률은 지난해에만 24.2%를 기록했으며 주요국들도 반도체를 경제안보 핵심 품목으로 인식하고 패권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각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 정책을 펼쳐서 기업활동을 뒷받침하는 ’기업+정부‘ 연합 간 경쟁 시대로 돌입하는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연구개발(R&D) 등에 5년간 68조원을 지원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반도체 첨단기업 지원을 위한 7조4000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공공·민간 투자를 통한 56조원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반도체는 한국 수출 품목 중 9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 총수출의 19.9%를 차지하며 경제를 견인하고 있지만 산업생태계 전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최근 금리 인상 및 인플레이션으로 기업의 설비투자 비용이 2017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각종 규제가 기업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총 120조원이 투입된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는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절차, 주민민원, 보상문제 등으로 인허가가 지연돼 2017년 12월 계획 발표 후 4년 반이 지나서 착공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인력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업계 재직자 증가율은 53%이지만 반도체 관련 학과 대학 졸업생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대학에 대한 R&D 지원 축소로 반도체 전문인력 공급이 업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인력 유출은 더 심각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팹리스 퀄컴은 설계 인력이 2만명 이상인 반면 국내는 팹리스 약 200개가 설계인력 1만명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다. 여기에 일부 기업들의 2~3년간 교육한 신규인력이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AI,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취직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고급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그 사이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2015년 3.6%, 2018년 3.1%, 2019년 3.2%, 2020년 2.9%, 2021년 3%로 정체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팹리스는 파운드리 확보 애로 등으로 성장이 정체돼 세계 50대 팹리스 중 국내 기업은 LX세미콘 1개가 전부인 수준이다. 파운드리 분야에는 여전히 대만 기업 TSMC가 2021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52%로 독주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6%에 그쳤다. 후공정(패키징) 역시 TSMC를 주축으로 형성된 대만 반도체 업계 기술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부장 경쟁력 부족에 따라 특정국에 의존하는 공급망도 리스크다. 통상 반도체 생산에는 소재 300종, 장비 50종 등이 필요하며 제조공정 400~1500단계를 거친다. 이 중 한국의 장비 국산화율은 약 20%, 소재 국산화율은 약 50% 수준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다.

2019년 7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공급망 리스크의 단적인 사례다. 일본은 소재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중국 갈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요인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위기 속에서 정부는 국제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로드맵을 ’plus 전략‘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반도체만의 발전으로는 파급효과에 한계가 있으므로 수요산업, 소프트웨어 등 반도체를 둘러싼 생태계도 동반 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캠을 방문해 ’반도체 산업협력 인력양성 간담회‘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로봇, 바이오 등 반도체 미래 수요를 견인할 유망 신산업을 ’반도체 plus 산업‘으로 묶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산업과 선순환적 동반 성장을 위해 반도체 plus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순차적으로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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