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죄명 설왕설래...죄질로 엄벌 가능

  • 방지책보다 처벌 집중 지적도...유사 범죄 방지 시스템 필요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씨(20)가 7월 2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추락 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했죠. 수사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살인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울 겁니다. 살인의 고의성은 폐쇄회로(CC)TV 같은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입증할 수 있어요.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사건 당시 상황과 100% 똑같을 순 없습니다. 다만 이를 통해 추정만 할 뿐이지요.”
 
지난달 경찰이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A씨(20)가 건물 3층에서 피해자 B씨를 고의로 밀었을 가능성을 수사한 데 대해 서울 소재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앞서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수사요원들을 해당 단과대학 건물에 투입해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여성이 3층 복도 창문에서 추락하는 다양한 상황을 실험했다.
 
A씨는 지난달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에서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뒤 3층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B씨가 추락할 당시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배경이다. A씨가 B씨를 고의로 밀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A씨 혐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향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면서 A씨에게 형량이 높은 강간살인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에서는 강간살인 혐의 적용은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명백한 물증이 없는 한 A씨 고의성 입증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죄명 적용이 처벌의 끝은 아니다. 죄질 평가도 주목해야 한다. A씨가 검찰에 송치될 당시 적용된 혐의인 준강간치사에 대해서도 엄벌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법정에서 양형은 죄질에 맞춰 내려지는 만큼, 강간살인이 아닌 준강간치사여도 범행 수법이나 죄질의 정도를 살피면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까지 최근 몇 년간 성범죄 재발방지책 마련의 필요성은 늘 거론됐다. 그러나 문제가 커지면 반짝할 뿐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범죄를 막기 위한 논의보다 처벌에만 집중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의 예방책을 사전에 마련한다면 범죄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사회적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제2, 3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공허하게 사라졌다.
 
“만취한 피해자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누군가에 의해 제지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범죄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환경적·구조적 요소에 어떤 미비점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음주에서 이어지는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예방 교육을 실시해 성적 자기 결정권이 침해받기 전에 이를 차단하도록 문화와 인식 개선을 해야 합니다.” 성폭력 사건을 다뤄온 서초동 변호사들이 강조한 말들이다.
 
분노 크기에 비례해 죄를 임의로 적용할 순 없다. 정확한 죄명을 적용하되 평가는 죄질로서 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강간살인이냐, 강간치사냐’, ‘강간치사냐, 준강간치사냐’ 정도에 그쳐선 안 된다. 강한 처벌에 따른 범죄 억지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만 머무르면 성폭력이 근절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이 충족되기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유사 범죄 재발을 막는 일은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나서느냐에 달렸다. 죄명과 죄질, 그 너머까지 들여다보는 작업은 그 의지를 실현할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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