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침수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진=연합뉴스]

"3.3㎡(평)당 1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가 상습 침수 아파트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쉬쉬하라는 집주인들도 문제이긴 하지만, 보란듯이 몰려와 집값 깎아내리는 타지역 사람들도 전형적인 '배아파리즘'으로 꼴사납습니다. 집주인들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들이어도 똑같은 침수 피해자인데 안타까워해야 정상적인 사회 아닌가요." (서초구 반포동 A아파트 입주민)

중부지방에 80년 만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서울 최대 부촌인 강남 아파트들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천장 누수 등으로 비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가 외부로 알려졌다가는 집값 하락이라는 부정 이슈가 쏟아질 수 있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면서다.

실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강남 일대의 고급 아파트 침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40억 헬조선의 현실', '찐부자들이 한남더힐 사는 이유' 등의 조롱 댓글이 달리며 입주민들을 조리돌림을 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A동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누전, 감전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안내글이 게시되자마자 주민들이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지 말아달라"고 댓글을 달아 경고문이 삭제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의 고질적인 침수 지역인 강남구, 서초구 일대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침하, 정전 등 사고가 잇따랐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를 훌쩍 넘어서는 강수량이다.
 
강남구 대치동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들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서초구 반포동 A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과 일대 도로가 침수됐고, 서초동 B아파트 지하주차장도 물에 잠겨 주차 중인 다수의 차량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서초동 C아파트와 강남구 대치동 D아파트, 송파구 E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일대 도로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들 아파트는 전용 84㎡ 거래가가 30억~40억원을 웃도는 단지들로 서울 강남에서도 최고 부촌으로 통한다. A아파트의 경우 전용 264㎡가 지난 6월 최고 거래가인 72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A아파트 입주민은 "2~3개동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침수됐는데도 관리사무소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숨기기에 급급했다"면서 "한 집당 수억원인 수퍼카를 2~3대 보유한 차주들이 많아 침수로 인한 피해금액이 막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B아파트 입주민 역시 "지하주차장 침수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고, 일부 가구에서는 천장에 물도 떨어졌다"면서 "누전 우려가 있어 에어컨을 틀지 말라고 하는 통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입주한 송파구 E아파트 역시 이번 비 피해로 집 내부에서 빗물이 새고, 엘리베이터와 지하 주차장 일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은 "지하주차장이 수영장이 되고 집 내부 천장과 엘리베이터에서도 물이 몰아쳤다"며 "건설사에 적극적으로 하자 사실을 알려서 빨리 고쳐야 하는데 집주인들이 전세가 안 나갈까봐 무서워서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에 민감한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해 피해를 축소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강남이나 서초 일대 재건축을 앞둔 노후 아파트 소유주들은 큰 피해를 입고도 배수시설 확충 등 기반시설 공사를 꺼리는 탓에 매번 장마 때마다 똑같은 수해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보수나 정비를 할 경우, 재건축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일부 소유주들의 민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대는 2010년대 이후 5차례(2010년, 2011년, 2012년, 2020년, 2022년)나 대형 침수피해를 겪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재건축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 일대 아파트들은 요즘 건물들과 달리 하수관 용량이 작고 자체 배수펌프시설도 부족한데 개선에 대한 의지가 매우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한강변 아파트, 고급 아파트로 칭송받는 커튼월(강철로 이뤄진 기둥에 유리로 외벽을 세운 방식), 화강암 및 대리석 마감재 등의 건축문화가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감당하기에는 안전상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면 펌프시설이나 노후화, 용량초과 등의 문제가 아닌 설계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선호되는 커튼월 역시 공법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유리창의 강도나 면적, 강풍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워낙 많이 받다보니 거주자 입장에서는 안전에 취약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남 일대는 건축물 디자인과 도시 미관을 중시하다보니 물 흡수율이 높은 보도블럭 대신 화강암이나 흡수율이 약한 타일을 사용해 도로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투수포장률이 높다보니 전반적으로 도시 전체가 폭우에 취약한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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