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재해는 반복적인 것 같다. 가뭄, 태풍 등은 주기적으로 우리 삶에 피해를 주지만, 피해 정도의 차이일 뿐 매번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항상 나약한 존재라는 교훈만 남기고 떠난다.
 
이번에도 지난 8일 오후 수도권에 내린 집중폭우로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일가족의 사연이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의 일이라고 하나, 5년 전에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 노인이 같은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반지하는 1960년대 후반부터 생겨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전시 상황에서 참호나 대피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도시 주택난 해소를 이유로 주거용도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을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20만이 넘는 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정부는 반복적인 피해에도 결과적으로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고 직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주택가를 찾아 “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 주거환경 정비, 취약구조 주택 개선 등을 통해 반지하, 쪽방 등 안전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찾은 모습을 국정홍보용 카드뉴스로 제작했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삭제했다. 사망자가 3명이나 나온 현장을 방문한 사진으로 홍보 게시물을 만든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AFP, BBC 등 외신들은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긴 ‘banjiha’라는 표현을 썼다. 2020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널리 알려진 반지하의 모습이 비판 섞인 조롱의 대상이 된 셈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 건축 전면 금지를 재발 방지책으로 꺼내들었다.
 
전국 반지하의 60% 이상이 몰린 서울시도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금지하는 방향으로 건축법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집중호우로 노후 주택가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중앙정부에 건의,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반지하 건설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건축법 11조)을 개정했다.
 
법 개정 효과에 대해선 긍·부정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의 반지하 가구는 2010년 30만8660가구에서 2020년 약 10만 가구가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는 반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반지하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지하 주택 추이에 대한 분석이 어찌됐든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한 대책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런 국지성 집중호우와 같은 기후재난이 더 잦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는 폭염, 가뭄, 폭우, 폭설 등 온갖 기후재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없어져야 할 주거 환경이라면 없애도록 노력하는 게 맞다. 반복되는 자연재해도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과감한 대책 마련과 추진을 통해 더 이상의 소중한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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