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에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의 최대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는 코로나19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무거운 피해를 안겼다. 폭우가 지나간 뒤 상인들의 생활 터전은 폐허가 됐고, 그 터전을 잃은 자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정부 여당은 지난 10일 수해 대책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수해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수해 피해를 입은 가계엔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거나 대출의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 금융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정 협의 다음 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누군가에겐 재난 피해의 현장이었던 곳이 누군가에겐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아쉬운 곳이 된 셈이다.

행사를 주최한 의원실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공지한 문자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침수 주택 및 이재민이 다수 발생한 지역이었다. 전날 정부 여당이 발표한 수해 대책이 무색해질 정도의 가벼운 언행이다. 문제가 커지자 김 의원은 "저 자신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사과했다.

김 의원의 사과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김 의원의 발언이 있던 날 기준 오후 11시까지 서울에선 6명, 경기 지역에선 3명, 강원 2명 등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국에선 이번 폭우로 인해 사망자뿐만 아니라 실종자, 부상자까지 속출하는 상황이다.

상황을 가볍게 여겼던 건 김 의원만이 아닌 것 같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장난기가 좀 있다"고 했다. 더군다나 주 위원장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여러분들 노는데 우리가 가서 찍으면 여러분들은 뭐 나오는 게 없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의원과 주 위원장이 방문한 곳은 '노는 곳'이 아니라 수해를 입은 '피해 현장'이었는데도 말이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신림동의 한 반지하 빌라에서는 일가족이 빗물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강남역 일대는 온통 침수돼 '물바다'가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봉사활동 현장으로 찾은 동작구 사당동의 남성사계시장은 물에 잠겨 영업이 중단됐다.

온 국민이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정치인들의 '실언'을 보고 있자니 재난을 받아들이는 무게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이 난다. 아무리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라지만, 적어도 재난을 받아들이는 무게는 평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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