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병선 속초시장, 인구절벽에 괴이(?)한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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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강대웅 기자
입력 2022-09-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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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소멸대응기금 관심지역 지정

  • 지방소멸대응기금, 시장치적쌓기 안돼

이병선 속초시장 모습 [사진=속초시]

지자체의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시책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인구 유입이나 아니면 출산 등을 통한 자연 증가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장기간의 철두철미한 계획을 통한 수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주민들이 일단 풍족하게 먹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인구증가 문제는 풍부한 일자리와 교육, 시민들이 살기 편한 인프라 구축이 잘 이뤄져도 해결이 난망인 난제 중의 난제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사 오면 수백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현금을 지원해도, 오는 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이처럼 인구유입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지난 15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일부 언론인들을 불러 '속초 인구 늘리기 대책'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자 일부 뜻있는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은 속초가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자체 평가에서 전국 2위를 차지해 총 82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는 자랑이었다. 아울러 이 기금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감소하는 속초 인구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시 말해 자신이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인구증가의 '르네상스'를 이뤄 10만 속초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시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시장은 이번에 받은 기금으로 근로자와 기업을 위한 복합지원센터 조성, 문화형 청년인구 유입 및 정주지원, 세대통합 일자리종합센터, 설악동 체류인구 증대를 위한 관광여건 개선, 화채·돌담마을 명상쉼터 및 송림공원 조성 등 5개 사업을 추진한다는 세부 계획도 첨부했다.
 
이 시장의 발표 내용은 속초시로의 인구 유입 대책과는 너무 동떨어진 알맹이 없는 개발계획을 늘어놓았다는 비판만 남았다. 시민들은 포장만 그럴 듯한 ‘속 빈 강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일부에선 자신의 치적쌓기에 나랏돈을 쓰려는 얄팍한 ‘꼼수’라는 지적도 했다.

특히 민선 6기 시장을 역임한 이 시장이 다시 과거와 비슷한 정책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지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계획 자체를 깎아내렸다.

어찌보면 이 시장은 속초시를 인구절벽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의 한 사람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속초의 인구감소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동안 민선 5기 채용생, 민선 7기 김철수 시장이 거쳐 가 이 시장 혼자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속초시 인구 유입을 위한 ‘핑크빛 정책’을 발표하자 시민들로부터 이러한 지적들이 쏟아졌다는 점을 이 시장을 곱씹어 봐야 한다. 
 
속초가 사라지고 있다
속초 인구는 7월 말 현재 8만3035명이다. 2000년 9만32명에서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조만간 8만명선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반면 관광객은 연간 1800만명에 이른다. 유동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속초시에 들어선 아파트를 보면 인구감소지역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그렇다면 인구는 줄어드는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왜 늘어나는 것일까?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은 외지인의 거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속초의 아파트는 대부분 외지인이 세컨드하우스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지금도 대형 건설사에서 외지인을 상대로 한 아파트 건설 붐이 식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지주들이나 속초사람들은 자산을 처분하고 외지로 나가는 ‘거주 역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속초시의 인허가 남발 등 아파트 난개발을 부추기는 바람에 관내 환경파괴까지 이어져 시민들의 ‘엑소더스’를 가속하고 있다.

그사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외지인이 늘어나고,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속초시는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인구는 제자리걸음이며 관광 이외에 종사할 수 있는 변변한 기반시설이 없어서 고용도 바닥이다. 그야말로 아파트는 늘어나지만 실제 전입자가 없어 자연도 잃고 지방세 수입도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인구에 관련된 속초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번 이병선표 지방소멸대응정책은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마련된 졸속, 근시안적인 정책이 포함돼 있어 효과를 의심케 한다.

그중에서도 관광사업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일부 정책은 과거 해왔던 정책이거나 미봉책에 불과한 것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설악동 B·C 지구 숙박시설과 연계해 추진하는 추억의 수학여행과 설악동 한 달 살아보기 사업은 설악동 재건사업과 연계해 설악동 체류 인구 증대를 위한 관광여건 개선에 나선다고 했다.

과연 속초 인구를 늘리는 데 얼마나 이바지할지 현지 주민들조차 부정적이다. 일시적으로야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지원금의 속성상 장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방소멸대응기금, 국민의 혈세...흥청망청은 안돼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 문제를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정부 주도로 투입하는 재원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통한 지방 부흥책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지원금도 향후 10년간 한시적으로 지급되는 재원이라 이후의 장기대책은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치졸한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규모상 속초 인구증가에 어떤 역할을 할지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렇다고 관광객 유치나 유동인구를 일시적으로 붙잡아 두려는 정책에 기금을 소모한다면 속초 인구의 증가는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시장의 치적이 필요하다고 주민등록 전입을 하는 주민에게 임시 일자리의 자격을 주며 일시적 인구증가를 꾀하는 얄팍한 시책 등은 더욱 옳지 않다.
 
비록 적은 기금이지만 속초시민 한 명이라도 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 기업유치 및 인프라 구축과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거나 순 유출 방지 묘안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방시대는 인구절벽의 해법이기도 한 만큼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역대 정부마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내려주고 지자체 사업을 평가하는 식으로 해오고 있는데 그래서 깜깜이 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소멸 방지대책으로 중앙정부는 10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매년 1조원 지원했다.
 
지방의 한 지자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모노레일을 깔겠다고 하자 시민단체가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피곤하다는 속담이 있다. 장수가 무능하면 병사도 오합지졸이 된다는 옛말도 있다. 시장의 정책 마인드가 ‘올드’ 하면 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 또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가 없음은 상식이다.

여하튼 이 시장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주민등록상의 인구를 늘리고 인구 순 유출을 막으라는 국민 혈세인 만큼 새롭고 창의적인 속초 인구 증가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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