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기요금 인상 논의···대기업에 희생 강요하는 '요금 폭탄'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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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10-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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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천연가스(LNG)를 필두로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처 고위 관계자들이 ‘대용량 사용자’에 대한 요금을 올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대용량 사용자의 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곧 대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전기요금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전기 다소비 업종으로 반도체·철강 등이 꼽히고, 전력을 다량으로 소비하는 사용자는 24시간 가동하는 대형 공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달 말 기준 동북아 LNG 현물가격(JKM)은 MMBtu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1월과 비교하면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에너지 위기가 1970년대 ‘오일쇼크’보다 충격이 클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단순히 전기를 많이 쓴다는 이유로 ‘요금 폭탄’을 맞아 마땅한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용량 사용자가 대부분 공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비싼 인건비를 상쇄해 대규모 공장을 국내에 붙잡아두는 효과가 있다. 원가절감을 통해 물가상승을 완화하고 수출경쟁력을 높여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또한 산업용의 경우 계절·시간별 요금 체계가 복잡해 전력수요가 적은 시간엔 저렴하게, 많은 시간엔 비싸게 책정돼있다. 따라서 공장은 가능한 전력수요가 적은 새벽 시간대에 전력을 몰아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새벽에는 비교적 발전단가가 매우 저렴한 석탄·원자력 등으로 전력을 만드는 시간대이므로 대용량 사용자들은 저렴하게 발전한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용량 사용자 중심의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명분이 ‘에너지 절약’이라는 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용량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심야 시간대에는 기저발전원이 사용된다. 기저발전원은 올겨울 에너지 대란을 촉발할 주범으로 거론되는 LNG가 아닌 원자력·석탄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전기요금을 더 올린다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대용량 사용자들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 외에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도 전기요금 인상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수요반응(DR) 제도를 응용해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에 불필요한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요청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늘려 버려지는 전기 최소화할 수 있다.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시기를 조정해 원자력·석탄발전을 늘리면 LNG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수요 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도시가스 소비를 억제할 방안도 종합적으로 마련된다면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올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계절·시간대별 요금과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하다고 생각되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추가’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원가와 판매가를 완전히 연동하거나 발전단가가 쌀 때 이윤을 사용하지 말고 축적한 뒤 발전단가가 비쌀 때 활용해 전력당국이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전환에 따라 ‘전기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모두에게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가 갖춰지길 기대한다.
 

[장문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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