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외교 참사에 가려진 스타트업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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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9-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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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피어17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의 기술 소개를 듣고 있다. [사진=중기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초 예고했던 한·미 정상회담 대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간 짧은 만남만 가진 데다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되며 파장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런 논란 뒤에 가려진 스타트업들의 한숨 섞인 이야기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소위 ‘48초 회동’이 이뤄진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피어17에서는 ‘한·미 스타트업 서밋’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날부터 양일간 개최된 한·미 스타트업 서밋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외 대기업과 손잡고 야심차게 기획한 행사다. 중기부는 윤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맞춰 이번 행사를 계획하고 조율했다. 국가수반이 참석할 경우 행사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장도 철저하게 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움직였다. 윤 대통령은 행사 둘째 날인 21일 오후 5시에 방문해 미국 벤처캐피털(VC)들과 2억1500만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협약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이틀 내내 리허설이 이어졌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첫날 행사장에 방문해 대통령의 동선을 직접 체크했다.
 
개막식(오프닝)은 행사가 시작된 20일 오전이 아닌 21일 오후에 열렸다. 투자유치 IR 등 주요 프로그램도 대부분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21일에 몰렸고, 중기부가 초청한 미국 VC 관계자들도 같은 날 행사장을 찾았다. 첫날 현장 취재 과정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왜 이렇게 방문객이 적은 건가”라며 기자에게 역으로 질문할 정도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이던 윤 대통령이 앞선 일정 지연으로 인해 오지 못할 수 있다는 소식은 메인 행사를 약 1시간 앞두고 전해졌다. 이후로도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확인하느라 관계자들이 우왕좌왕했고 현장은 어수선했다. 참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는 계속됐다. 당초 고지된 시각인 오후 5시가 되자 참석자들이 행사장 입구 양쪽으로 도열하기도 했다.
 
결국 행사는 윤 대통령이 불참한 채 막을 내렸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스타트업들의 아쉬움이 컸다. 윤 대통령에게 직접 자사 기술을 소개할 생각에 부풀었던 기대감이 꺼져버린 탓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에서 예정된 중요한 사업 일정을 취소하고 정부 요청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미 스타트업 서밋의 성과는 분명하다. 미국 벤처 생태계 관계자들은 국내 스타트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고, 투자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해외 진출에 대한 희망을 얻고 돌아왔다. 그렇더라도 씁쓸하게 남는 뒷맛은 지우기가 힘들다. 대통령의 불참 사실 그 자체보다도, 스타트업이 중심이 돼야 할 행사의 주객이 전도된 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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