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업 재개' 푸르밀, 신뢰 회복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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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11-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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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더 이상 신뢰가 안 간다. 사업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푸르밀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푸르밀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 A씨는 불만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A씨는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한 뒤 퇴사 결심을 굳혔다. 그동안 애사심을 갖고 회사 발전에 기여한 직원들이 경영진을 향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며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업종료 선언으로 초래된 푸르밀 사태는 지난 10일 사업 재개 발표로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특히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던 푸르밀 경영진은 하루 만에 노사 간의 합의를 깨고 일반직과 기능직의 위로금을 차등지급해 직원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겼다. 

일반직에게 지급되는 위로금은 통상임금과 상여금을 합친 금액의 2개월분이다. 반면 기능직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평균 급여액의 5~7개월치로, 일반직보다 많다. 희망퇴직 신청 규모도 예상치를 웃돈다. 푸르밀은 지난 16일까지 일반직과 기능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전체 직원 350여명의 30~40%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 수로 따지면 13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이 제시했던 감원 비율 50%보다는 적고, 노조가 원했던 30%를 상회하는 규모다.

그러나 본사 직원 가운데 50% 이상이 그만둘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로 원자재 구매부서 직원 전원이 사표를 냈고 희망퇴직과 무관하게 이미 퇴사한 직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력 이탈에 따른 업무 공백으로 경영 정상화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일단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선 노사 간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큰 직원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일련의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공식적인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일방적인 사업종료 및 정리해고 등 사태 재발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우선 오너 중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손질해야 한다. 오너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기민하게 시장 상황 대응이 가능하지만, 오너의 잘못된 결정은 기업의 존폐까지 위태롭게 한다.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사업종료도 직원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 채 오너일가가 전격적으로 결정한 사례다. 

푸르밀을 매출 2000억원까지 성장시킨 것은 경영진을 믿고 따랐던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원들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지난 1년간 월급 30%를 반납하고도 파업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 왔다. 직원들이 바라는 건 큰 게 아니다. 회사 구성원으로서 경영진의 진솔한 이야기가 듣고 싶을 뿐이다. 빠른 시일 내에 노사가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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