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빈 살만 방한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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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11-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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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우리나라에 머문 시간은 약 20여 시간 정도지만 양국 간 기업이 무려 26개 사업에 대한 투자·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만 40조원을 넘는 규모다. 

이번에 체결한 협약 중 에쓰오일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샤힌 프로젝트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다. 실제 수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떠나며 남긴 전보를 통해 "양국 관계의 견고함과 '사우디-한국 비전 2030' 틀 내의 모든 분야에서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공동의 바람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2030년까지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40조원)를 들여 사우디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첨단 미래 신도시인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삼성물산 등 5개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만 65억 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또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 네옴 철도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으며 대우건설은 가스·석유화학, 코오롱글로벌은 스마트팜 분야 등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 협력 MOU가 체결됐다.

여기에 네옴시티 관련 발주물량이 2030년까지 4~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악재 해소 등 사업 진행에 따른 안정성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만 네옴시티 건설이 몰고 올 '제2의 중동 특수' 기대에 앞서 1980년대 '제1차 중동 특수'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1차 중동붐 당시 국내로 유입된 오일머니는 석유파동으로 심각했던 불경기와 실업난을 극복한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당시 국내 건설사 간 치열한 출혈경쟁 속에 저가수주가 난무하면서 도산하는 건설기업이 속출했다. 

또 2000년대부터는 중동 시장에 중국 업체들까지 진출하며 저가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졌으며 최근 10년간의 저유가 기조로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가 대규모 손실을 봤던 사례도 적지 않다. 

빈 살만 왕세자가 들고 온 투자보따리가 인플레이션, 저성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에 모처럼 내리는 '단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철저하게 실익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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