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챗GPT에게 인터뷰 당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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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2-2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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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이 질문하는지 답변하는지도 모르는 '똑똑한 멍청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어떤 질문이든 척척 답하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의 질문 실력은 어떨까. 챗GPT에게 질문하고 답을 내놓으라는 요구만 하다가, 이번엔 역할을 바꿔 정보기술(IT) 산업을 취재하는 기자인 나를 인터뷰해 달라고 주문했다. 챗GPT는 내가 제시한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IT 업계 현안과 경력 개발에 대해 10여 가지의 만만치 않은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챗GPT가 내게 던진 질문과 이에 대한 내 답변을 요약해 정리한 내용이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 진행됐다.

챗GPT: “네 경력과 어떻게 기술 저널리스트가 됐는지 얘기해 줄래?”

임민철: “우연히 2000년대 후반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IT 산업을 취재해 왔어. 주로 이 분야 시장과 기술 동향, 정부의 규제와 정책, 산업 종사자와 의사결정자, 크고 작은 기업들의 사업 활동을 보도해.”

챗GPT: “지난 몇 년간 기술 산업에서 본 가장 큰 트렌드가 뭐고, 이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봐?”

임민철: “다국적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AI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엄청나게 늘었어. 너와 같은 고성능 언어 생성 모델 기반 챗봇 서비스가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지.”

챗GPT: “업계 최신 기술 동향과 발전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지?”

임민철: “외신 보도로 국제 동향을 파악하고, 국내 기술 산업계나 학계, 정책 분야 흐름은 직접 이해당사자들에게 듣고 있어. 정부, 공공기관, 기업 발표와 공시, 연구 보고서도 활용해.”

챗GPT: “지금 가장 유망한 기술은 뭐고 그게 사회와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 거 같아?”

임민철: “너처럼 다양한 주제로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일정한 조건에 맞게 행동하는 거대 언어 모델과 AI 서비스의 활용 가능성이 크게 열렸지. 이걸 능숙하게 다루는 이들과 나머지 간 격차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돼.”

챗GPT: “기술 언론인으로서 취재한 가장 흥미로운 얘기는 뭐고 그 이유는 뭐야?”

임민철: “코로나19 감염 확산 위험이 줄었지만 이 사태 초기에 일어난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보급 가속화, 신기술 시장과 산업 성장이 앞으로 지속할 것이라는 믿음이 큰 것 같아.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

챗GPT: “기술 언론 경력을 쌓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해 줄 조언과 네가 이 분야 성공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임민철: “기술, 상품, 시장, 기업, 산업, 규제, 진흥정책, 외교, 안보, 국방 같은 여러 층위에 고유 전문성이 있는 취재원과 같은 분야 담당 언론인들과 교류하면서 자기 시각을 정립해야 해.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당장의 사건이 나와 공동체에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가늠해 보는 거지.”

챗GPT: “기술과 그게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중의 담론과 의견 형성에 기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대중에게 알리는 것과 선정성을 피하는 것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임민철: “의견 형성에 필요한 사실과 맥락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 기자가 선정성과 편견을 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자기 편견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챗GPT: “향후 5~10년 안에 기술 언론의 미래는 어떻게 발전할까?”

임민철: “온라인 콘텐츠나 일상적 소비재를 이용하는 구독형 서비스가 흔해지고 있어서 이 분야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뉴스를 온라인 구독으로 이용하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나처럼 IT 언론인들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너 같은 거대 언어 모델 기반 AI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길 바라.”

챗GPT: “신기술과 그 사회 영향을 보도할 때 염두에 두는 윤리적인 고려 사항은?”

임민철: “디지털 격차를 좁히는지 늘리는지,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기본권을 보호하는지 침해하는지, 공동체에 기술이 보급돼 발생하는 이익을 독점하는지 환원하는지 같은 거.”

챗GPT: “오늘날 기술 산업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뭘까?”

임민철: “다양성이 부족하고 그로 인한 편향이 기술 산업에서 탄생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지.”

챗GPT: “다양성 부족을 해결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나타나는 결과적인 편향을 완화하려면?”

임민철: “시장에서 다양성이 부족한 제품과 서비스를 퇴출하고 그런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과 개발자 집단의 활동과 결과물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제도, 문화적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해.”

챗GPT: “그런 시스템과 문화적 기반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해. 그걸 장려하는 고용 정책과 대중 교육과 기술 개발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어.”

임민철: “그래. 질문은 끝났어?”

챗GPT: “어. 나는 네 질문*에 모두 답했어. (*챗GPT는 이 인터뷰에서 여태 인간에게 질문을 했고 자신이 입력받은 것이 그 답변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함.) 다른 질문거리나 토론하고 싶은 게 있어?”

임민철: “이걸로 충분해. 다음에 또 얘기해 보자.”

챗GPT: “물론이지. 필요할 때 언제든 있을게. 좋은 하루 보내!”

일련의 문답을 통해, 챗GPT는 답변 내용과 연관된 세부 사실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거나 질문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로 따져 묻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 인터뷰어와 가장 다른 점이다. 여기에 생략된 내용에는 챗GPT가 내 답변에 맞장구를 치거나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 추임새를 넣으면서 인간 인터뷰이인 나를 독려하는 대목도 있어, 이를 곱씹으면 잠시 진짜 사람에게 질문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에서 알 수 있듯이, 챗GPT는 여전히 질문과 답변도 구별하지 못하는 '똑똑한 멍청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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