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게으른 천재 펑샨샨, 체중 감량으로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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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이동훈 기자
입력 2023-03-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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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돌연 은퇴 발표로 충격

  • 1년 8개월 만에 모습 드러내

  • 현재 주니어 골퍼 양성 매진

1년 8개월 만에 LPGA 투어 행사에 모습을 비춘 펑샨샨(왼쪽 첫째). [사진=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0승(메이저 1승), 2016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골프 부문 동메달. 중국의 골프 영웅 펑샨샨이 선수 시절 쌓은 성과다.

펑샨샨은 게으른 천재라 불린다. 연습과 운동을 지독히 싫어했다. 전담 트레이너가 있어도 외면하고, 대회가 없으면 연습하지 않았다. 대회가 있어도 연습은 30분 내외다.

그런 그가 지난해 8월 LPGA 투어 선수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전반 9홀을 돌았으니, 후반 9홀로 간다"면서다. 잠적 13개월 만이다. 후반 9홀은 선수가 아닌 인생 2막을 뜻한다.

여기에 "생각보다 오래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13세의 펑샨샨은 LPGA 투어 선수를 꿈꿨다. 이는 18세에 달성했다. 선수 생활을 10년만 하려 했다. 근데 우승을 하니 멈출 수 없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이 갖고 싶었다. 그래서 4년을 더 했다.

펑샨샨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도 실패했다. 그래도 여자골프 세계 순위(롤렉스 랭킹) 1위는 했다. 2017년 11월이다. 당시 펑샨샨은 댈러스 포트워스 공항 내 한 레스토랑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이를 자축했다.

그러다 문득 중국에 있는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서 집밥(중국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후 3년 뒤 어느 날, 훌쩍 투어를 떠났다.

지난달 28일.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대회 개막 행사가 싱가포르 코모 뎀프시에서 열렸다. 웡 키 주 싱가포르 최고경영자(CEO)의 개막 선언과 우승자를 위한 목걸이가 공개됐다. 은퇴 후 팟캐스터로 활약하는 미셸 위 웨스트가 오키드 목걸이를 걸고 등장했다. 긴 목에 걸린 아름다운 목걸이는 주목받았다.

그러나 잠시 후 등장한 사람에게 시선이 쏠렸다. 펑샨샨이다. 체중이 상당히 감량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등장에 환호를 보냈다. LPGA 투어 대회나 행사는 2021년 6월(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체중을 감량한 펑샨샨. [사진=펑샨샨]

행사장에서 만난 펑샨샨은 "오랜만에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LPGA 투어) 친구들을 만나니 기쁘다. 플레이하지 않아도 이런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라며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선수라는 족쇄가 풀린 것에 대해서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실험동물인 기니피그 같았다. 이제는 자유롭다. 마음이 편하다. 가고 싶은 식당을 원하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간다. 선수 생활을 하며 많이 벌었다. 이제는 베풀 때다"고 답했다.

펑샨샨은 은퇴 후 중국 주니어 골퍼 양성에 매진했다. 코치직을 맡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펑샨샨 아카데미컵 인터내셔널 주니어 골프 챔피언십을 개최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펑샨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웃을 때 너무 좋다. 어릴 때는 혼자 연습장에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중국 골프의 성장을 보고 있다. 이게 나의 백9(후반 9홀)이다."
 

펑샨샨(어린이 뒤 검은옷)과 아카데미컵 출전 선수들. [사진=FSSI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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