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의 너섬세상] 그토록 사랑하는 이재명, 제 손으로 망치는 개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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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기자
입력 2023-03-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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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입시판을 휩쓸었던 유행어인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 근처를 헬리콥터처럼 떠다니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를 뜻한다. 비슷한 말로는 자식을 품에 안은 채 과잉보호하는 '캥거루 맘'이 있다. 이들의 위세는 대단해 학교와 학원이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자녀를 너무나 사랑해서 무엇이든 한다는 이들이었지만, 잘못된 신념은 되레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아이를 망치는 길로 이어졌다. 

최근 정치권에도 헬리콥터 부모처럼 '치맛바람'을 과시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의 2030 여성 지지자를 부르는 말로 처음 사용됐지만, 요즘은 연령과 상관없이 이 대표 지지자 전체를 일컫는다. 개딸들은 이 대표를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한다. 이를 아는 이 대표도 개딸들에 구애하고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다. 

개딸은 '강성' 지지자인 만큼 행동의 수위도 높다. 민주당 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비명(비이재명)계'를 겉과 속이 다른 '수박'으로 칭하고 문자와 전화 폭탄을 돌리는 건 이미 유명하다. 최근엔 '청원 운동'도 병행 중이다. 민주당 당원 청원시스템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출당시키고, 당내 비주류 구심점으로 언급되는 이낙연 전 대표를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개딸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비명계가 겁먹기엔 충분하다. 그런데 공세는 한층 더 거세졌다.

지난 3일 개딸들은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주먹으로 수박을 내리치며 "수박은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기권·무효표를 던진 이들에 대한 협박이었다. 이 대표의 앞날에 걸림돌이 된 당신들을 이날의 수박처럼 부숴버리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딸들의 폭력적 행태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정당 민주주의를 말살시킨다. 계파 구분 없이 개딸의 눈치를 보느라 이 대표를 향한 건강한 조언은 점차 사라진다. 당내에는 셈이 불가능한 이 대표의 반대 세력만 늘어간다. 반대 진영인 국민의힘에선 "개딸들이 공포 정치를 한다"며 약점으로 잡아 이 대표를 공격한다. 

결국 그릇된 개딸들의 사랑이 오히려 이 대표에게 해를 끼치는 셈이다. 오죽하면 이 대표 자신이 "부디 비명계에 대한 공격을 멈춰 달라"라고 말했겠는가. 개딸들이 진정 이 대표를 사랑한다면 그 방법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 사법리스크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위협받는 지금은, 다른 목소리도 수용해야 할 때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개딸의 도 넘는 행태를 더 이상 묵인해선 안 된다. 개딸들의 행동 수위가 높아질수록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내분의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민주당은 이미 분당(分黨)으로 한 차례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내홍을 이기지 못한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해 당을 깨고 나갔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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