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대학병원 분원 확장에 설 곳 잃은 지역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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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3-03-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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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인 대학병원들 [사진=각사 제공]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 경쟁이 가속화되며 지방 병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가뜩이나 심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상 포화 상태에 이른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천대길병원, 고려대병원, 인하대병원, 아주대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창출이다. 환자 유치 경쟁이 워낙 뜨겁다 보니 추가 병동이 필요한데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분원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대학병원들이 찾은 대안은 서울 외 경기지역이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 움직임에 소규모 지역 병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명성이 높은 대학병원이 진출할 경우, 환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의료진 인력도 다수 빠져나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의료계에서는 대기업과 같다. 지역병원이 자리 잡고 있는 중소도시와 수도권으로 대학병원이 진출하는 것은 동네 상권에 대기업이 매장을 여는 것과 유사하다. 분원 설립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지역병원의 지적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성명서를 통해 "대학병원 분원은 일부 대학병원의 맹목적인 수익 추구와 해당 지자체장들의 지역주민 환심사기용 우호정책"이라며 "의료기관의 병상 수급은 복지부 장관의 관리·감독 하에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장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그 수급이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상급종합병원 절반이 수도권에 있음에도 이런 수도권 내 대학병원 병상확장은 필연적으로 지방 의료인력 유출과 지방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도 “이 정도면 가히 땅따먹기, 분원 깃발 꽂기 경쟁이라 할 수 있다”며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여러 편의점과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가 경쟁하는 모양새처럼 대학병원이 분원 개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원이 난립하면 지역 중소병원이나 의원은 환자 쏠림으로 인한 심각한 타격으로 궤멸될 위기에 처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 뒤 지역 의료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요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통해 지역 간 균형적 병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 중앙병상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도 병상수급 관리계획을 조정하고 평가 및 계획 집행 실적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하지만 다수의 대학병원에서 이미 분원 설립 계획이 완료됐고 착공에 들어간 곳이 있는 만큼 해당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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