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A 후폭풍...韓 수십조 투자하고 中에 시장 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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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03-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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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인해 막대한 현지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사실상 점유율 확대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EU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동맹을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EU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자국 내 원자재를 배제한 완성품으로 이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어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이 취하는 실리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EU의 CRMA 최종안이 발표된다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해당 법안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사용해야 하는 투자금은 최소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금액은 배터리 3사가 지난해 투자한 글로벌 설비투자를 근거로 나온 것이다. 미국이 IRA 최종안을 발표하고 의회를 통과시킨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약 12조원에 달하고 올해는 추가적인 투자가 계속해 단행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CRMA는 추후 구체화되면서 EU 역내 기업을 보호하는 차별 조항도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이 경우 최종안이 발표되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 수준으로 투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3사가 EU에 계획한 투자액만 올해 2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CRMA 최종안이 발표되면 아시아 거점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무리하게 지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에도 유럽 내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미국 IRA에 대응에 집중하는 동안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 중국 CATL은 지난해에만 10조원 규모의 유럽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벤츠, BMW, 스텔란티스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와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CRMA가 중국 등 특정 국가의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이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 원자재 다각화 등을 통해 유럽 시장을 계속 공략해 나간다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사실상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EU가 각각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서로가 일종의 ‘원자재 동맹’을 추진하는 것도 변수다. 지난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 위원장의 만남에서는 주요 광물 협정 논의가 이뤄졌다. EU 집행위 역시 CRMA 초안과 함께 ‘핵심 원자재 클럽’을 창설해 주요국과 원자재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과 EU가 역외 기업의 역내 시장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법안은 시행하면서도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EU 기업들에도 경쟁력에서 밀리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확보 등 경쟁력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한 미국과 EU 기업의 생산단가가 더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공급망 확보와 중국을 배척하기 위한 미국과 EU의 움직임은 결국 자국 보호를 위한 이기주의"라며 "이 같은 무역전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생존할 방법을 면밀히 검토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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