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 유도하면 '사실 아냐' 답변…카카오표 '코GPT' 베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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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기자
입력 2023-03-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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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개 하루만에 이용자 1만2000명 돌파

  • 다다음 공식 버전 출시는 미정

  • 오답 말하기 등 기존 AI 챗봇 오류 개선

  • 카카오 공동체 사업 분야와 연계 가능성 높아

[그래픽=임이술 기자]

카카오표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가 베일을 벗었다. 카카오의 기술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생성AI 챗봇인 '다다음(ddmm)'을 시범용으로 선보였다. 시범 서비스라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공개 하루 만에 이용자 1만2000명을 넘어설 만큼 반응이 뜨겁다.

카카오브레인은 전날 19일 생성AI 챗봇 서비스인 다다음의 오픈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해당 서비스 기간 동안 이용자들의 의견이나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여 추후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오픈베타 서비스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 다다음 공식 서비스 출시는 '미정'

이용자는 카카오톡에서 다다음 채널을 추가해 이번 오픈베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브레인 관계자는 다다음 채널 게시판에서 "다다음은 현재 베타 서비스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이용자들의) 사용 후기, 유용한 명령어나 검색어, 버그리포트 등 어떤 형태의 피드백도 모두 환영한다"고 말했다.
 

[사진=다다음 카카오톡 채팅방 화면 갈무리]

다다음은 카카오브레인이 올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밝힌 한국어 특화 챗봇 '코GPT'(가칭)의 마중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다음은 코GPT의 경량화된 버전인데, 카카오가 코GPT 출시에 앞서 시장 반응을 미리 파악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이용자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코GPT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차원도 있다.

카카오브레인 관계자는 "(다다음은) 자체 개발한 코GPT·칼로를 포함한 여러 AI 언어모델을 활용해 만든 프로토타입(시범용) 서비스"라며 "한국형 챗GPT 정식 출시 전 내부 개발 과정의 일환으로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후 다다음을 공식 버전으로 출시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브레인 관계자는 "현재 다다음 공식 서비스 론칭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다음은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개발 중인 'AI 비서'와는 별개 서비스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챗봇 '죠르디'에 AI를 결합한 고도화 서비스로 개인 맞춤형 AI 비서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진행된 2022년 4분기 및 연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죠르디가 비서 역할을 하는 만큼 죠르디와 AI가 채팅방에서 개인화된 비서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공개 하루 만에 이용자 1만2000명 돌파

그럼에도 이용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다다음(오픈베타) 채널을 추가한 이용자는 이날 20일 오후 3시 10분께 1만2435명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이용자 수 4200명대에서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다음 채널이 전날 오후 3시께 공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달성한 성과다.

다다음은 키워드 입력 시 AI가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준다는 게 특징이다. 카카오브레인이 자체 개발한 생성AI 모델인 칼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다다음 오픈베타 버전을 사용해보니 1~2분 만에 AI는 척척 그림을 그려냈다. 구체적인 키워드를 입력할수록 기자가 생각했던 그림에 더 가깝게 나왔다.

카카오브레인은 다다음이 기사·논문·영화·드라마 등 콘텐츠를 잘 요약해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자가 '더글로리 요약해줘'라고 요청하니 다다음은 기대 이상으로 자세한 답변을 내놨다. 일부 문장 구성이 어색하고 비문이 섞여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다다음은 "더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여자의 복수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들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문동은은 학교에서 학폭을 당한 후, 부와 권력을 가진 가해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인간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는 학폭, 가족관계, 욕망, 복수, 인간관계 등 주제를 다루고,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아울러 철저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재치있게 그립니다"라고 답했다.

언어 공부에도 활용 가능하다. 가령 '과거분사를 사용하는 영어문장 예시 여러개 만들어줘'라고 요구하면 다다음은 "과거분사를 사용하는 영어문장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She has eaten lunch △He has written a book △We have seen that movie before △They have visited France △I have finished my homework △The cake has been baked △The car has been repaired…"라고 알려준다.

◆ 오답 말하기 개선…글짓기 역량 미흡·문자 추출도 아직

글짓기 등 언어능력은 더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다다음은 특히 3~5행시 글짓기 역량이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기자가 '안녕하세요로 5행시 지어줘'라고 다다음에 요청한 결과다.

"안: 안녕하세요/ 녕: 녕하게도/ 하: 하늘이 맑아/ 세: 세상이 아름답죠/ 요: 요즘 같은 날" ('녕'을 '령'이나 '영'으로 바꿔 표현하지는 못했다.)

'안녕하세요'보다 난도가 낮은 '꾀꼬리'로 3행시를 지어보라고 했다. 다다음은 "꾀: 꾀꼬리는/ 꼬: 꼬리를/ 리: 리듬감 넘치게 흔들어요"라고 말했다. 놀랄만한 글짓기 실력은 아니었지만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이번엔 시를 써달라고 해봤다. 기자가 '연인, 여름, 수영장 키워드를 사용해 시 하나 써줘'라고 채팅방에 썼더니 다다음은 "산책길에 나가면/ 여름 바람이 부니/ 산속에 수영장/ 연인과 놀러가요"라는 짤막한 시를 작성했다.

일부러 오답을 유도해보기도 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기자의 질문이 애초 잘못된 정보를 담았다는 점을 콕 집어냈다. 다다음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 맥북프로 던짐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는 물음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 맥북프로 던짐 사건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는 잘못된 정보로 대화 엔진의 오류를 나타내는 가상의 사건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맥북프로와 같은 현대적인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조선왕조실록에 이러한 사건이 기록될 수 없습니다. 이 사례는 AI 챗봇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미지 속 문자를 추출하거나 이를 국문으로 번역하는 기능은 아직 지원되지 않고 있다. 일본어가 표기된 이미지를 보내고 번역해달라고 요청한 기자에 다다음은 "해당 URL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미지·PDF 등은 추후 지원 예정입니다"라고 답했다.

◆ 카카오 웹3·게임 등 사업과 연계 가능성↑

이러한 AI 챗봇 기술력은 카카오의 게임과 웹3·블록체인·메타버스 등 관련 공동체(계열사) 서비스에 얹혀 제공될 가능성도 높다. 카카오는 작년 초부터 공동체를 아울러 메타버스 사업을 적극 확대 중이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 계획을 세웠는지는 모르나 향후 (AI 챗봇 등 서비스를) 메타버스 공간에 탑재해 이용자와 가상 아바타 간 상담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IP)인 웹툰·웹소설 등장인물 캐릭터와 연계해 이용자와 원활하게 대화 지원 등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다. 최근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를 가상으로 만들어 AI 챗봇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과 블록체인·암호화폐 등을 연계한 생태계 구축에도 한창이다. 이처럼 카카오 공동체 사업 가운데 AI 챗봇이 적용될 분야는 다양하다.

한편, 카카오브레인은 이날 오후 5시께 다다음 오픈베타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브레인은 다다음 채널 게시판을 통해 "지난 19일 오후 3시경 소규모 사용자 테스트를 위해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면서 "오픈한지 24시간 만에 채널 등록 사용자가 1만 2000명을 넘는 등 당초 내부 기대를 넘어서는 폭발적 사용자 증가로 인해, 20일 오후 4시를 기점으로 프로젝트 재정비에 들어가게 됐다"고 알렸다.

또한 "오픈베타 참여와 오픈챗을 통해 주신 사용자들의 소중한 피드백을 열심히 반영해 빠른 시일 내에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다"며 "서비스 재오픈 시기는 추후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다다음과 채팅방에서 대화하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조만간 훨씬 좋은 모습으로 오픈할게요"라는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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