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 착공한 주택 잔혹사…부실시공 등 악재에 입주민 vs 건설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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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3-03-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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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를 앞둔 A 단지 복층 계단 부분이 벌어져 있다(위), 입주 예정자들은 복층 높이가 낮아 주거용으로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아래). [사진=독자제공]


올해 준공된 주거시설에서 건설사와 입주 예정자들 간 '하자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준공되는 단지는 2019년 말 착공한 공동주택으로 공사기간 내내 코로나19 창궐과 중국발 요소수 대란, 화물연대·건설노조 파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겹악재에 시달렸다.

코로나19로 공사 현장이 수시로 올스톱되는 상황에서 각종 대외변수로 쫓기듯 공기(공사기간) 일정을 맞추다 보니 하자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입주장 분위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면서 "준공을 앞둔 단지마다 민원 폭탄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고급 타운하우스도, 강남 복층 고급주택도 품질은 낙제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 들어서는 타운하우스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은 최근 해당 관청인 고양시에서 준공승인을 냈지만 입주 예정자들과 시행사(알비디케이·RBDK), 시공사(현대건설) 간에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단지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 1월 사전점검 당시 건물 내부 마감 불량은 물론 주변 도로 포장, 통신망 등이 미비했고 지금도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고양시에서 임시 사용승인을 내줘 시행사가 중도금 대출이자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지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8억7177만~10억348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금리는 6.8%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고급 주거시설 '파크텐삼성'도 수분양자들과 시행사(계산상사), 시공사(보미건설) 간 갈등에 휩싸였다. 이 단지는 2020년 분양 당시 96가구 규모 복층 고급 주거시설로 콘셉트를 잡고 강남에 희소성있는 4.5m 층고라는 점과 자주식 주차장,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등 차별점을 내세웠다. 분양가는 전용 41~84㎡ 기준 13억6593만~31억9400만원으로 3.3㎡당(전용기준) 1억2000만원에 달했지만 완판됐다.
 
수분양자들은 준공 시점이 당초 올 1월에서 2월 말로 한 달가량 연기된 것도 모자라 상품 구매 시 중요 포인트 중 하나인 '복층 설계'가 허위 광고라고 주장하며 문제를 삼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계산상사 측이 분양 당시 해당 건물 층고를 4.5m로 안내하고 2층을 성인 남성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고 광고했는데 실제 준공된 2층 층고는 1.2~1.4m 정도로 주거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주식 주자창도 기계식 주차타워로 바뀌어 중대한 설계변경인데도 고지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분양자 A씨는 "2층은 복층이 아닌 다락방으로, 자주식 주차장은 기계식 주차타워로 설계가 변경됐다. 비싼 분양가에 포함됐다고 믿었던 피트니스센터, 휴게정원, 컨시어지 서비스 등도 준공되고 보니 실체가 없었다"면서 "과대광고로 600억원대 사업이 1300억원대 사업으로 뻥튀기됐고 설계와 광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서도 부동산 신탁사가 대주단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수분양자 "시공품질, AS 형편 없는데 납부 독촉 분노" VS 시공사 "하자 트집잡기 과도, 고분양가는 시행사 잘못"

하자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집값 폭락, 금리 인상 등 영향이 크다.

선분양 제도 아래에서는 수분양자들이 주택 준공 시점에 대출을 일으켜 잔금을 납부하는데 최근 금리 인상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으로 대출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살던 집을 처분하기도, 전세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분양자들은 각종 자금줄이 막혀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시공사의 기대 이하 시공 품질까지 겹쳐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모 단지 입주 예정자는 "집값은 분양가보다 떨어졌고 집 마감 상태는 엉망인데 AS 문의에는 제대로 응하지도 않으면서 잔금 납부 독촉만 하는 시행사 측 태도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부실시공 문의를 하면 시행사와 시공사 간 핑퐁에 하루 종일 진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도 나름 항변한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적정선에서 발생하는 시공 하자는 AS 처리가 당연하지만 요즘은 수분양자들이 너무 예민하다 보니 마룻바닥 옹이, 타일 배색, 줄눈 등 미세 하자에도 과대광고, 법적 대응을 운운한다"면서 "하자 트집 잡기에 정상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공사는 시행사가 의뢰한 공사만 하는 '을' 처지인데도 분양가에 대한 울분을 토해낼 때마다 '감정 쓰레기통'이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앞으로 하자 분쟁으로 인한 입주민과 시행사, 건설사 간 갈등은 더 격화될 예정이다.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던 2020년 착공 단지들이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줄줄이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입주 예정 물량은 전국 79만5822가구로 2021~2022년 입주 물량(63만3021가구)보다 약 26%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 초 준공 단지는 그나마 코로나19 창궐 초기에 착공한 단지들이라 하자가 덜 한편"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준공 연기 단지와 부실 시공 단지가 늘어나 입주장 분위기가 더 험악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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